고려아연 vs 영풍, 석포제련소 폐기물 처리 놓고 갈등 본격화…경상북도·울산까지 번질까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안동환경운동연합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하게 될 경우, 영풍 석포제련소 아연 제련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온산제련소에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련과정에서 남은 아연이 섞여 있는 석포제련소 폐기물은 발암물질로 구성돼 처리가 까다롭지만, 동시에 아연을 추가로 뽑아 낼 수 있는 재처리 원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영풍은 이를 아연 제련공법자로사이트(Jarosite)에서 파생되는 부산물이라고 하여 이른바 ‘자로사이트 케이크’로 불러왔다.

네덜란드의 과학전문 출판사 ‘엘세비어’가 운영하는 학술전문포털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따르면 자로사이트는 황산과의 열분해를 통해 산화철을 생산하거나, 화강암과 함께 가열해 유리의 원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제련과정에서는 카드뮴 부산물인 ‘카드뮴 사이트’가 함께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재활용을 통해 산업재로 다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공학계의 견해다.

이에 영풍은 산업적인 가능성을 고려해 고려아연과 영풍은 온산으로 아연 잔재물을 보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고려아연과의 다툼 과정에서 현재 논의가 무산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자로사이트에 대해서 “영풍이 처리하지 못하는 아연 생산 폐기물”이라면서 “영풍은 고려아연에 폐기물 처리를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1년 영풍이 통합환경 인허가 심사를 받기 전 고려아연 측에 폐기물을 대신 처리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2018년에는 낙동강 카드뮴 오염의 원인으로 석포제련소가 지목되자 온산제련소에 카드뮴 찌꺼기 처리를 강요했다고 비판해 왔다.

양측이 이처럼 대립하는 상황에서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현재 처리가 시급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계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아연 제련 폐기물은 감산 일정을 고려하더라도 내년도 6월까지 처리가 필요하다.

경상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석포제련소 이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도 폐기물을 처리할 방안이 먼저 다뤄져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서 석포제련소 이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춘 바 있다. 현재 경상북도는 TF팀 구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MBK와 함께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넘겨받을 경우 온산제련소에서 폐기물을 처리하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이에 지역사회에서도 영풍과 고려아연 양측으로 나뉜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 시민사회계는 위험물질이 생활 반경내에서 다뤄지는 데 대한 우려가 큰 반면, 영풍측은 산업적인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다툼이 지방에서도 이어지는 모양새”라고 귀띔했다.

한편 양측간 경영권이 지역사회까지 이어진 사례는 또 있다. 바로 석포제련소에서 나온 황산이 온산선의 통해 수출되는 과정에서 온산선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다. 제련소 위치가 내륙에 있는 영풍은 고려아연과 황산취급대행계약을 맺고 생산된 황산의 일부를 온산선을 활용해 수출해 왔는데, 여기에 고려아연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영풍은 “다양한 산업의 원료로 쓰이는 황산을 운반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온산선을 활용한 철도 운반”이라는 입장인 반면, 고려아연은 “온산선을 활용해서 황산을 취급하는 위험을 온전히 고려아연이 젊어져 왔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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