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해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관세 부과, 대규모 감세 등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이 통화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현시점에서 정책 변화를 알 수 없으며 단기적으로는 선거 결과가 통화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포인트 인하를 결정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연준 행보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쏟아지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할 경우 그만둘 것이냐는 기자 질의에 “안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진을 해임하거나 강등시킬 법적 권한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파월 의장 정책성과에 비판적인 게 연준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없느냐는 질의에는 “오늘은 정치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재임 기간 내내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며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달 선거기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는 재선되면 “그(파월)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될 경우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2026년 임기가 끝나는 그를 재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이 지난 9월 ‘빅컷’(0.50%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하자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정치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고, 연준 통화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여러 차례 발언해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 우려를 사왔다.
한편 파월 의장은 현재 미 경제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경제지표가 기대를 웃돌며 강하게 나타났고 미국의 국민소득계정(NIPA) 통계 역시 긍정적으로 조정됐다고 평가하면서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의 하방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국민소득계정 조정과 함께 소멸됐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이 좋다고 여긴다. 우리는 이런 요소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통화 정책 입장의 추가 재조정은 경제와 노동 시장의 강함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화 정책이) 중립적인 입장으로 나아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 진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4.50∼4.75%인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긴축적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금리 인하 사이클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번 미 대선 결과 때문에 연준의 통화정책이 단기적으로 급변할 가능성도 부인했다.
파월 의장은 “단기적으로 볼 때 선거가 우리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시점에서 우리는 향후 정책 변화의 시기와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고 따라서 경제에 대한 영향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정책들이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우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느 정도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며 “우리는 추측하지도, 예측하지도, 가정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