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프레지던트’ 취임 전부터 코인판 끓는다…비트코인, 사상 첫 8.1만弗 돌파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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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8만달러 선을 넘어선 데 이어 8만1000달러 고지까지 단숨에 점령했다. 자신을 ‘가상자산 대통령(Crypto President)’이라 지칭한 친(親) 가상자산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효과가 대선 전부터 불 붙을 기미를 보였던 가상자산 투심에 기름을 끼얹으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가상자산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까지도 지속적으로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억1000만원도 넘어선 비트코인

11일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4분께 비트코인 가격은 1억1242만80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소식이 들려온 지난 6일 종가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억408만5000원으로 ‘억(億)트코인’ 고지에 올랐다. 이후 나흘 만인 전날 종가 기준으로 1억1174만원을 기록하면서 1억1000만원 선까지도 뚫었다.

미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도 이날 오전 7시 15분께 비트코인 가격이 8만1515.8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가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이날 오전 2시 30분께 8만달러 선을 처음 경신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만8000달러 선까지 내려서며 살짝 주춤했지만 재차 급등세를 보이며 신기록 경신 랠리를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탄 비트코인은 대선 당일인 5일 7만5000달러선을 넘어서며 지난 3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를 7개월여 만에 경신한 바 있다. 이후 지난 7일에는 7만6000달러선, 8일에는 최고점을 7만7000달러 위로 올렸다.

알트코인 역시도 동반 상승세다. 이더리움은 전날 3000달러를 돌파한 뒤 이날 32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덕분에 미 대선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띄워온 도지코인도 급등세를 타며 0.30달러를 찍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개앱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1주간 주요 가상자산 수익률은 비트코인 17.17%, 이더리움 30.08%, 솔라나 29.42%, 도지코인 81.10%, 리플 17.02%, 카르다노 75.93%, 시바이누 53.45%에 달했다.

가상자산 관련 규제 완화 기대감…ETF 유입액도 ↑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 가상자산 친화적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미국을 전 세계의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 것”이라고 한 데 이어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둘 것”, “미국이 보유한 비트코인 전체를 일절 팔지 않을 것”이라는 공약도 내놓았다. 이 밖에도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목소리를 내 온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취임 즉시 해임하겠다고 한 발언도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신시아 루미스 미 와이오밍주 상원의원은 지난 8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삼고 5년간 약 100만개를 매입해 20년간 보유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힘을 싣기도 했다.

트럼프 2기에서는 가상자산이 상당히 육성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여러 가상사잔이 트럼프 당선인이 약속한 친(親)가상자산(crypto-friendly) 규제 환경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그의 측근 모임(inner circle)에서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올해 말 미국에서 출시할 예정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옵션 상품 역시 가상자산 시장엔 또 다른 호재로 꼽힌다. 해당 상품으로 콜, 풋옵션 등을 통해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만큼, 그동안 포섭하지 못한 새로운 기관투자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 대선 후 이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도 ‘큰손’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대규모로 몰리는 상황이다. 파사이드인베스터스에 따르면 지난 6~8일(현지시간) 미 증시에 상장된 총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총 22억8910만달러(약 3조201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2025년 말까지 비트코인 20만弗, 이더리움 1만弗”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제프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의 디지털 자산 글로벌 책임자는 내년 말까지 비트코인 20만달러(약 2억8000만원)를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긍정적 유입과 가상자산 수탁업 의무회계지침 폐지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더리움에 대해선 1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알렉스 손 가상자산 투자회사 갤럭시 디지털 연구 책임자는 “가상자산이 황금기에 들어서고 있다”며 “트럼프와 그의 팀, 기부자들의 가상자산 지지 성향은 트럼프가 업계에 공약한 내용을 이행할 가능성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 향후 2년간 비트코인과 기타 디지털 자산은 현재의 사상 최고치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세계 최대 자본 시장에서 한때 억압적인 역풍이 불었던 것이 이제는 순풍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자산 기업과 알트코인의 발목을 잡던 증권성 리스크 역시 완화될 것”이라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외 다른 알트코인 종목에 대한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맞춰, 시장 관심도 비트코인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지털자산과 알트코인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가상자산의 앞날에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재와 마찬가지로 악재 역시 트럼프(發) 변수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들고 나온 ‘보편 관세’ 부과와 대규모 감세 등은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수록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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