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첫 해외순방으로 ‘포스트 미국 대선’ 외교에 나선다. 미국 행정부 정권교체기에 열리는 다자무대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의 회담을 추진한다. 최대 관심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으로, 성사된다면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성과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14일 출국, 5박8일간 일정을 소화한다.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번 순방에 동행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중 견제’ 기조 속 시진핑과 2년 만에 만남=윤 대통령은 이번 다자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양자회담을 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이자, 취임 후 두 번째다. 노무현(8회)·이명박(11회)·박근혜(8회)·문재인(5회) 등 역대 대통령들의 한중 정상회담 횟수를 고려하면,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가치외교’를 표방하며 한미일 협력에 주력했던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 기조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의 기점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강한 대중 압박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동참을 요구할 경우 우리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우리로서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중국의 전향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듯 엄중한 시기에 양 정상의 만남은 한중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내년도 APEC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윤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중 양자 회담이 이뤄진다면 특별한 의제 논의보다는 큰 틀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과 마지막 만남…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시험대=윤 대통령은 또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및 한미일 정상회의를 추진한다.
당초 내달 미국에서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번 다자회의를 계기로 앞당기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한 양국 관계를 평가하고,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실제 교전에 투입된 엄중한 상황에 한미일 3국의 공동의 메시지를 발신할 예정이다.
▶트럼프 회동 ‘최대 관심사’…귀국 전 방미 가능성=무엇보다 이목이 쏠리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이다. 대통령실은 5박8일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귀국 일자는 명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 일정이 조율된다면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 전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2기 트럼프 행정부를 책임질 인사가 실시간으로 발표되는 상황으로, 양국 간 대화가 긴박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선인 측에서는 인선, 그리고 중요한 국내 정책 아젠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동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골프 회동’도 추진하고 있다.
▶2025 APEC 의장국 인계…1년간 일정 시작=윤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페루로부터 차기 의장국의 지위를 공식 인계받고, 대한민국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무역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논의에 앞장설 것임을 천명한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APEC 부대행사인 CEO 서밋 의장직을 인계받는다.
이에 따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 연결·혁신·번영’을 주제로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일정에 들어간다. 내달 중순 비공식고위관리회의(ISOM)를 시작으로 1년간 약 200회 이상의 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최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