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AI 생태계’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이사회 의장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을 각각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조선 등 미국 방위산업 시장 수주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총수가 직접 전면에 나서 핵심 사업에 힘을 싣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과 김 회장이 직접 그룹의 경쟁력 향상을 주도하겠다는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15일 SK㈜의 3분기 분기보고서와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다. 지난 9월 이사회를 통해 솔리다임 이사진에 합류하며 의장에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 자회사다. 11조원 가량을 투자했지만, 출범 이후 반도체 업황 악화로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며 SK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분기 786억원의 순손익을 기록하며 SK 편입 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 매출은 3조97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급증했다.
AI 시대의 도래로, HBM 등 D램 뿐 아니라 고성능, 고용량 낸드 수요가 증가하며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간 시너지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솔리다임은 한 셀에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QLC 기반 초고용량 기업용 SSD를 업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AI용 낸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경영진으로 구성된 솔리다임 이사회는 AI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최 회장이 급속도로 성장 중인 AI용 낸드 솔루션 시장에서 솔리다임의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해 SK의 AI 반도체 리더십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지난 5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격려사 이후 직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
김승연 회장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직에 올랐다. 김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인연이 깊은 만큼, 향후 대미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방산 시장 공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회장직을 맡은 계열사는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비전 등 5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관련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한화오션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언급한 만큼,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공략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회장은 경제계 내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 받았으나 당시 건강 문제로 불참했다. 김 회장은 또,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멘토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과 40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은 김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방산·우주항공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 역량 강화에도 김 회장이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희·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