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펀치’ 사라진 58살 타이슨, 27살 제이크 폴에 판정패

체력 고갈로 무기력한 경기…야유 쏟아져

마이크 타이슨(왼쪽)과 제이크 폴의 복싱 경기
58살 마이크 타이슨(왼쪽)이 27살 제이크 폴의 왼쪽펀치에 얼굴을 강타 당하고 있다.[EPA=연합]

 

제이크 폴(27)은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늙은 사자와의 8라운드 마지막 공이 울리기 직전, 글러브를 낀 양팔을 앞으로 뻗어 고개를 숙였다.한때 세계 복싱계를 주름잡았던 전설 마이크 타이슨(58)에 대한 예우였다.

그러나 감동적일 수도 있는 이 장면에 화끈한 주먹을 기대하고 경기장을 채운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타이슨은 15일(미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AT&T 필드에서 열린 프로복싱 헤비급 경기에서 폴에게 0-3(72-80 73-79 73-79)으로 전원일치 판정패했다.

2005년을 끝으로 링을 떠난 뒤 19년 만에 프로복싱 무대에 복귀한 타이슨과 폴의 경기는 큰 관심을 끌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독점 중계를 맡았고, 타이슨(2천만달러)과 폴(4천만달러)은 천문학적인 대전료를 받기로 했다.

아무리 타이슨이 30년 전 ‘핵주먹’이라는 별명으로 상대를 때려눕혔다고 해도, 세월은 무시할 수 없었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 링에 오르는 타이슨을 위해 대회 주최 측은 12라운드가 아닌 8라운드, 라운드당 3분이 아닌 2분짜리 경기를 편성했다.

제이크 폴의 훅을 방어하는 마이크 타이슨
제이크 폴의 훅을 방어하는 마이크 타이슨[AFP=연합]

 

타이슨이 조금이라도 더 화끈한 경기를 펼쳐줄 것을 기대하고 마련한 특별 규정이지만, 경기력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타이슨은 1라운드 공이 울린 직후에는 날카로운 펀치를 여러 번 날렸지만, 3라운드부터는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타이슨이 전날 계체 행사에서 도발하던 폴의 따귀를 때린 것이 이날 뻗은 어떤 펀치보다 위력적일 정도였다.

폴 역시 타이슨을 위협하지 못했다.

AP 통신은 “경기 전 타이슨에게 유리한 규정으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과대광고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만 남았다. 폴이 타이슨에게 경의를 표한 장면에서는 더 화끈한 장면을 원했던 팬들의 야유가 터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경기로 폴의 전적은 11승 1패가 됐고, 타이슨은 50승 7패가 됐다.

수백억의 대전료가 걸린 ‘비즈니스’가 끝나자, 증오로 가득했던 타이슨과 폴의 언사에는 입에 발린 립서비스만  남았다.

폴은 “타이슨은 항상 내 편이었다. 그와 함께 경기한 것은 영광이며,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고, 타이슨은 관중의 야유에 대해 “나는 세상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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