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및 행장 사무실 압수수색
全 금융권 사고 중 61%가 은행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 1부는 18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대출 비리 의혹 수사를 위해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압수수색에 나섰다. 회장 및 은행장 사무실이 압수수색 주된 대상이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이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자회사인 우리은행을 통해 2020년 4월3일부터 지난 1월16일까지 부당대출을 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에도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25억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우리은행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6월 한 영업점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일어났고,. 8월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사고를 165억원 규모로 뒤늦게 공시했었다. 9월에도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55억5900만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은행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가 더 대범해지고 있다. 고객의 돈을 편취하는 수법은 비슷하지만, 그 금액은 훨씬 커지고 있다. 같은 유형의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내부통제 체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엄정 발굴·처벌할 수 있는 은행 내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2024년 8월까지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64건, 발생금액은 4097억500만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금융권 전체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발생금액의 6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은행에서만 금융권 절반 이상의 사고가 터지고 있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금융사고 건수는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되, 그 금액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은행권 금융사고 건수는 지난 2018년 49건, 2029년 39건, 2020년 39건, 2021년 33건, 2022년 33건, 2023년 33건을 기록했고 올해는 8월까지 총 38건이 보고돼 연 30~40건수를 유지했다.
다만, 사고금액을 보면 2018년 626억4300만원, 2019년 103억7300만원, 2020년 88억2700만원, 2021년 316억8000만원, 2022년 1129억1000만원, 2023년 696억600만원을 기록하다 올해 8개월간 발견된 금융사고 금액만 1137억원으로 튀었다. 한 건수당 평균 사고금액이 더욱 커진 셈이다.
범죄 유형은 ‘횡령’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135건중 횡령이 72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기(34건), 업무상 배임(16건), 도난·피탈(8건), 유용(4건) 순이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은행권에는 발견되지 않은 소액 횡령도 많을 것으로 본다”며 “1억을 빼고, 2억을 뺐을 때 발견되지 않으니 100억원까지 빼돌리는 과감한 사고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사고를 눈치채지 못해 장기간 방치된 사례도 있었다. 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가장 오래 방치된 사례는 우리은행에서 2012년 발생한 기업자금개선부 직원의 626억원 횡령사고가 10년이 지난 2022년이 돼서야 적발된 것이었다. 신한은행에서는 2015년 강남중앙지점 등에서 고객 예금 7억원을 가로챈 사고가 8년 후인 2023년 5월에 적발됐다.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운영 개선과제를 내놨지만, 은행원 개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2022년 10월 내부통제 운영 강화를 위해 4개 부문에서 20개 추진과제를 마련했다. 순환근무·명령휴가 실효성 제고,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분리, 결재단계별 문서 등 검증체계 강화 등이 포함된 인사관리, 그리고 채권단 공동자금 검증 절차를 마련하는 등 취약부문을 통제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객의 도장 등을 갖고 있는 은행원이 작심하고 돈을 빼돌리면 막을 길이 없다”며 “더욱이 두 명 이상이 조직적으로 자행하는 횡령·배임은 은폐하기가 더욱 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결국 더 철저한 내부통제를 통해 적극적으로 금융사고를 감시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 자주 발견되도록 해, 일부 직원이 함부로 범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복 선임연구위원은 “피상적인 내부통제보다는 실질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며 “단순 ‘체크리스트’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범행 패턴을 연구해 잡아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감독당국은 책무구조도를 통해 금융기관이 운영위험 요인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책무 기술 및 배분의 적절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총괄 관리 의무를 더욱 명확히 제시하고 책무기술의 구체성에 대한 적정 수준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