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로 8.24% 환차익…22% 세금에도 서학개미 수익률 월등
韓 코스피200 추종 ETF -11.93% vs 美 S&P500 추종 ETF +35.18%
美 주식 보관액 ‘역대 최대’…2022년말比 2.3배 증가
금융위원장 “최근 證 낙폭 과도…필요시 언제든 시장안정조치”
◆ 투자360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들어 같은 투자금으로 국내 증시 대표 대형주 대신 미국 증시 대표 대형주에 투자했을 경우 7배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왔다. 종목별 수익률 격차에 더해 ‘강(强)달러’ 현상까지도 ‘서학개미(미국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국내 증시 대신 미국 증시로 투자처를 옮기는 ‘투자 이민’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국내 증시 리스크 심화는 이 같은 현상을 더 강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증시 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국내 증시 낙폭은 다소 과다한 측면이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필요 시 언제든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자사주 취득한도 확대 등 시장안정조치가 바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상황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수급 안정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강조하며 투심 안정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날 헤럴드경제는 올해 초 한·미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각각 1억원(종목별 1000만원 균등 투자)씩 투자했다는 가정하에 지난 14일까지 기록한 수익률을 산출했다.
가상의 인물 A 씨가 투자한 국내 증시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기아, 셀트리온, KB금융, 네이버, 신한지주다. B 씨가 투자한 미국 증시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버크셔해서웨이, 테슬라, 브로드컴, 일라이 릴리다.
국내 증시 10개 종목에서 A 씨가 번 수익금은 632만6000원(평균 수익률 6.33%)이었다.
‘밸류업’ 수혜를 입은 금융주(KB금융 +65.62%, 신한지주 +33.75%)를 비롯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혜주 SK하이닉스(+25.94%), 금리 인하 수혜 바이오주(삼성바이오로직스 +23.29%) 등의 수익률이 돋보였다. 하지만,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31.85%)를 비롯해 셀트리온(-17.92%), 네이버(-15.18%), 기아(-8.40%) 등의 부진이 총수익률을 끌어내렸다.
반면, 미 증시 10개 종목에서 B 씨가 번 수익금은 무려 5215만4000원(수익률 52.15%)에 달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단 한 종목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없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 ‘대장주’ 엔비디아(+203.67%)가 선두에 선 가운데, ‘매그니피센트7(M7)’에 속한 애플(+22.94%), 마이크로소프트(+15.11%), 아마존닷컴(+41.05%), 알파벳(+27.08%), 메타플랫폼스(+66.67%), 테슬라(+25.26%) 모두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29.03%), 대표 반도체주 브로드컴(+56.97%), 비만약(마운자로) 열풍 수혜주 일라이 일리(+32.76%) 등도 강세였다.
한미증시 |
미국 주식의 경우 공제액 2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 수익에 대해선 22%의 양도소득세가 적용된다. 세금을 낸 후 B 씨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약 4369만5520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시총 톱(TOP)10에 투자해 얻은 수익의 6.91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도 서학개미의 주머니를 더 두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29일 1달러당 1299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기준 1406원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서학개미는 8.24%에 달하는 환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만큼, B 씨의 수익도 약 4729만6031원까지 늘어난다. 이 경우 A 씨와 B 씨의 수익 격차는 7.48배까지 늘어난다.
미 증시로 직접 ‘투자 이민’을 떠나지 않았더라도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만 투자했던 투자자의 수익률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미 증시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수익률이 국내 증시 대표 지수 추종 ETF의 수익률을 압도하면서다.
비교 종목은 한국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과 미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이다.
연초부터 지난 14일 종가까지 ‘KODEX 200’ 수익률이 -11.93%로 역주행할 때 ‘TIGER미국S&P500’ 수익률은 35.1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 등 우량주 200개를 편입한 ‘코스피 200’ 지수와 미 S&P500 지수의 등락률은 각각 -11.25%, 25.44%였다.
금융투자업계는 더 높은 수익률을 향한 투자자의 신속한 ‘머니 무브’를 주목했다. 국내 최초 ETF로서 지난 2002년 10월 상장한 후 22년간 줄곧 순자산 1위 자리를 차지해 온 ‘KODEX 200’이 ‘TIGER 미국S&P500’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작년 말 순자산 규모에서 ‘KODEX 200’은 6조5612억원으로 2조1684억원이던 ‘TIGER 미국S&P500’보다 3.03배나 앞섰다. 하지만, 지난 13일 기준으론 올해 들어 ‘KODEX 200’ 순자산이 1조2025억원 감소하는 동안 ‘TIGER 미국S&P500’ 순자산이 3조2900억원이나 급증하며 순위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 이민’을 떠나지 않는 투자자들도 국내 증시 안에서라도 국내 증시보단 미국 증시에 베팅하면서 사실상 ‘투자 이민’을 떠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의 소외 현상이 심화할수록 ‘동학개미의 서학개미화’ 속도는 해가 갈수록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017억4694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680억2349만달러) 대비 49.58%나 늘어난 수치다. 2022년 말(442억2872만달러)과 비교했을 땐 2.3배나 증가했다.
연초부터 지난 1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거래액(매수+매도액)은 4119억3845만달러(약 574조6541억원)로 1년 전(2732억646만달러)과 비교했을 때 50.7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거래액(2342조4956억원)의 4분의 1 수준(24.53%)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16.20%)과 비교했을 때도 비율이 8.33%포인트나 급등한 셈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이 임박한 가운데, 미 증시의 우위가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전문가들의 무게가 실린다. M7으로 대표되는 미 빅테크 종목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인프라 확충 및 규제 완화 정책 등으로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까지 반등하며 서학개미들의 투자처가 넓어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내린 반면, 미국은 2.8%의 성장률로 독주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성장은 곧 미국 주식시장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미국 시장의 우위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말까지 S&P500 지수는 현시점에서 1000포인트 상승한 6800선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국의 주가 지수가 하락 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이익 모멘텀 반등 추세가 이어지면서 1·4분기 이후 지수 반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축소-폐기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보편 관세’마저 현실화할 경우 수출주 중심의 국내 대형주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단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미국 등 해외 증시 투자세가 강화할 수록 국내 증시엔 수급 문제가 발생, 활력이 떨어지며 주가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미 증시의 경우 이젠 22%에 이르는 높은 세금에도 이를 뛰어 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선 이미 일반화된 상황”이라며 “작년 잇따라 발생했던 주가조작 사건에 이어 올해는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고려아연 유상증자 논란 등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끌어내리는 문제가 연이어 터졌다.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증시 활력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