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파산’ 트럼프식 중동 해법 어려운 이유는?

16일(현지시간) 레바논 바브다에서 이스라엘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가 ‘이란 파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차기 미 정부의 중동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1기 때처럼 이란 경제를 옥죌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과거의 전략을 그대로 구사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당시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이란 및 이란 경제를 고립하는 식의 중동 정책을 펼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정권 인수팀 관계자를 인용, 그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첫날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는 강력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유 수출 제재는 트럼프 1기인 2017년부터 2021년 1월까지 이용했던 중동 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교 문제를 사업처럼 “거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당시와 현재 상황은 다르다는 게 중동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크리스티안 울리히센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1기에 중단했던 것들을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황을 완전히 잘못 읽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동 국가들의 변화다.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이 발생하면서 과거와 달리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웃 중동 국가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방세계의 투자를 받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을 공개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지난 12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우리 형제들에 대한 행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형제들이 현재 이스라엘의 침략에 따른 비참한 인도주의적 현실을 극복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란의 주권을 존중하며 그 영토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NYT는 빈 살만 왕세자가 해당 문제게 적극 개입하진 않을거라면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는 한 중동 국가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입지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보다 극우화된 이스라엘도 문제다. 최근 이스라엘은 트럼프 2기에 ‘친이스라엘’ 성향의 인물들이 발탁되자 레바논과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극우 정치인에 의존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롭게 취임한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도 “전쟁 목표 달성이 포함되지 않는 어떤 합의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국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낙점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모두 친이스라엘 세력으로 꼽힌다.

NYT는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더 많은 걸 요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스라엘은 더 적은 걸 내놓으려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중동의 미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트럼프식 거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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