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일 등 경쟁국들 탄소 저감 기술 투자↑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민간자본 활용 확대 등 필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9일 발표한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 보고서 표지. [한국무역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우리나라 저탄소 전환 정책 방향이 탄소 배출 감축과 더불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경쟁국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추진하는 동시에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제조업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저탄소 전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 주요국 정책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38만9000톤(2023년 잠정치 기준)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8.3%를 차지했다.
특히, 철강시멘트석유화학 3개 업종은 전체 산업 분야 배출량의 73.0%(2022년 잠정치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으로 나타나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철강시멘트석유화학의 저탄소 전환이 시급한 것은 단순히 배출량이 많아서는 아니다. 이들 산업은 여타 산업의 기초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기반 산업으로서, 이들의 저탄소 전환 성공 여부는 자동차,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탄소중립 역량과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의 저탄소 전환이 주요국에 비해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이들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혁신 기술을 통한 생산방식 변경 및 설비교체가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대비 제조설비 내구연한이 많이 남아있어 설비교체 한계비용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고서가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의 다배출 산업 관련 투자, 기술개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비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저탄소 전환 속도는 다소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은 탄소저감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수소환원 제철, 화학 분야 가열공정 연료 및 원료 전환, 시멘트 공정 원료 대체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활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온실가스 다배출 5대 산업(화학, 정제, 철강, 식음료, 시멘트)의 탈탄소화를 위해 산업별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하고, 63억달러(약 8.7조원) 규모의 산업 실증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국내와 EU 자금을 두루 활용해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탄소차액계약제도(CCfD)를 도입해 기업의 저탄소 혁신 기술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탈탄소 성장형 경제구조 이행(GX)’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전환금융 체계를 2021년부터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탄소중립산업 핵심기술 개발 사업’ 등을 통해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투자 규모나 제도 측면에 있어 주요국에 비해 미흡한 상황이다.
황준석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주요국은 탄소중립 달성과 더불어 자국의 제조업 분야 강점을 지키기 위해 저탄소 전환 정책과 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저탄소 전환 정책도 단순한 탄소배출 감축 차원을 넘어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고, 이를 활용한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