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9년새 검색시장 점유율 20%P↓
최수연 대표 “매출 25% AI R&D에 투자”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AI 검색이 자리잡으면서, 국내 검색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국민 포털’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네이버 제공·로이터] |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검색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국내 검색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국민 포털’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9년 새 20% 포인트가 하락하며 ‘절대 강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반면 생성형 AI로 무장한 해외 검색 엔진 비중은 4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커졌다. 이에 네이버는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빅테크들의 공습으로 국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보통신기획원이 발간한 ‘ICT 브리프 2024 39호’에 따르면, 9년 새 네이버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2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2015년 1~10월 78.06%였던 점유율은 올해 같은 기간 57.32%로 감소했다. 반면 구글과 빙(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각 33.9%, 2.92%까지 상승했다.
그동안 국내 검색 시장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구글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국내에 특화된 네이버의 검색 기능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탓에, 빅테크의 영향력에서 한 발 빗겨난 시장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거듭된 빅테크의 기술 진화로, 막강했던 토종 플랫폼의 입지마저 흔들리게 된 셈이다.
특히 구글, 빙 등 기존 검색 엔진뿐만 아니라 생성형 AI 서비스도 검색 시장을 침공하고 있다. 오픈 AI는 지난달 ‘챗GPT 서치’를 공식 출시했다. 챗GPT 서치는 이미 학습한 정보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웹 검색한 정보를 제공한다. 키워드를 입력했던 기존 검색엔진과 달리 자연스러운 대화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또 MS는 지난해 자사 검색엔진 빙에 챗GPT를 탑재했다. 생성형 AI 비서 ‘코파일럿’은 대화 맥락에 맞는 결과물을 제시하며 전 세계 검색엔진 1위인 구글을 공략하고 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빙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10%를 돌파한 뒤, 올해 6월 11.55%로 집계됐다.
구글 역시 AI가 생성한 검색 요약 서비스 ‘AI 개요(Overviews)’를 100개국 이상 국가로 확대하는 등 AI 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AI 검색 서비스 ‘AI 오버뷰’도 선보인 상태다.
국내 검색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검색 서비스에 생성형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강력해진 빅테크의 공습에 네이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검색 점유율 50%를 지키는 것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에 당장 매출의 4분의 1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열린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DAN) 24’에서 “네이버는 원천 기술인 검색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국내 시장을 지켜왔다”며 “국내 AI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매출의 20~25%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술 개발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베타 서비스로 운영됐던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 ‘AI브리핑’은 검색창에 질문과 키워드를 입력하면 바로 검색 결과를 요약해 준다. 요약에 사용된 출처 문서는 기존 검색 결과로 이어서 제공, 사용자는 원하는 문서를 클릭하고 세부 문서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단순히 정답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풍성하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검색 결과에 연관된 상품 정보나 구매후기 등도 사용자 맞춤형으로 선보여 여러 활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 예정이다.
최재호 네이버 발견·탐색 프로덕트 부문장은 “타사 서비스들이 LLM 할루시네이션(환각)이나 최신 정보 업데이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검색 결과를 활용했다면 AI 브리핑은 네이버 검색 결과 자체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LLM을 활용하는 게 차별점”이라며 “얼마나 답변을 잘하느냐를 넘어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느냐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생성형 AI의 여파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검색 시장의 점유율도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구글의 글로벌 검색 시장 점유율은 90.91%다. 수년 동안 시장점유율 91~93%선을 유지해 온 구글 검색엔진의 점유율이 90%대로 내려온 것은 2018년 8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챗GPT·빙·메타까지 AI 검색 시장의 공략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검색 시장의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권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