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 계층에 ‘구애’했던 트럼프…표심 배신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워싱턴DC에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과 만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블루칼라(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 노동자) 유권자들에게 구애를 펼쳤지만 취임도 하기 전 대규모 해고를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이번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동안 트럭 운수노조 숀 오브라이언 대표를 공화당 전당대회에 초대하는 등 노조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 했지만, 일론 머스크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파업 중인 근로자의 대규모 해고를 예고하면서 노동자 표심을 배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12일 머스크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의 인력 관리 능력을 칭찬하며 “머스크는 최고의 해고자(cutter)”라고 두둔했다. 이어 “머스크가 들어가서 ‘그만 둘래?’라고 말하면 근로자들은 파업한다”며 “그러면 머스크는 ‘괜찮아요. 당신들은 다 끝났어요’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WSJ는 “일관되지 않은 트럼프 당선인의 노동 정책에 대한 태도는 공화당 내 전통적인 보수파와 ‘뉴라이트(New Right)’의 충돌을 반영한다”고 짚었다. 미국의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은 최소한의 정부 개입을 선호하며 대체로 노동조합에 적대적이다. 반면 뉴라이트는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보수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탈(脫)자유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노동자 권리를 강화시키고자 하며, 트럼프의 부통령으로 당선된 JD 밴스가 이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밴스의 ‘뉴라이트’ 공약을 공화당 내 현직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정책이 실현될지 미지수라는 반응도 나온다. 대부분의 상·하원 소속 공화당 정치인들은 뉴라이트의 행보가 허무맹랑하거나 특정 사안에 집착한다며 무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주요 노동 관련 직책에 전통적인 공화당 인사, 기업 임원, 혹은 뉴라이트 성향으로 자신을 친노동자로 여기는 사람들을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며 “밴스 부통령 당선인 외에도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조쉬 홀리 상원의원(미주리) 등이 노동에 대한 공화당의 전통적인 입장에서 벗어난 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과거 이력이 그가 했던 친노동적 수사와는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의 노조 단체인 미국노동연맹 산별조직회의(AFL-CIO)의 스티브 스미스 대변인은 “트럼프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깨달음이 될 것”이라며 “그들은 노동자들을 위해 거창한 말을 하지만 결국 노동계층을 공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과정을 감독하는 전미노동관계위원회(NLRB)는 내년에 두 명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 전직 경영진 변호사들을 임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노동자들의 단체 교섭 능력을 제한했다고 지적한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임기 당시 노동부는 근로자가 초과 근무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급여 기준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제안했던 수준보다 낮게 설정했다. 하이디 쉬어홀츠 미 경제정책연구소(EPI) 경제학자는 “트럼프가 만든 규정으로 인해 약 800만명의 근로자가 초과 근무 수당을 받을 자격을 잃었다”고 밝혔다.

비평가들은 또한 트럼프가 직장 안전을 감독하고 사고·사망 사례를 조사하는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규모를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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