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서 출자받는 PE, 리테일 시장과 분리 지속
출자자 수 한정적…‘한 지붕 두 가족’ 경쟁하기도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갑진년(甲辰年) 올 한 해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자금조달(펀드레이징) 난이도가 상당했다. 외국 출자자(LP)가 빗장을 걸어 잠그며, 해외서 펀딩해 온 대형 운용사(GP)들이 국내 기관 문을 두드렸고, 중소형 거래에 마중물을 공급하던 캐피탈사가 위험가중자산(RWA)을 관리하느라 예년만큼 자금을 대지 못한 영향에서다.
이에 LP가 한정적이라는 한탄이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연기금·공제회·상장사 등으로 제한된 기관출자자에게서만 수시·정시출자 형태로 자금을 받자니, 정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대형 PE에 출자자 쏠림현상이 심화됐다. 여기에 더해 신생 운용사 등용문이 되었던 루키리그가 자취를 감추자 펀딩 보릿고개가 이어졌다.
이는 2021년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영향과도 무관치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당시 조(兆) 단위 피해를 끼친 라임·옵티머스 사태 재발 막기 위해 헤지펀드와 구분해 개인투자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9년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펀드 자금을 빼돌리고 수익률을 조작하다가 펀드런 위기에 봉착하자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개인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금융당국은 PE 투자자 범위를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헤지펀드(전문투자형)과 바이아웃펀드(경영참여형)을 구분 짓던 10% 지분보유 규제를 폐지하고, 기관으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최소 투자금액이 3억원 이상인 개인 또한 경영참여형 펀드에 출자할 기회가 있었지만, 현재는 투자자 범위가 기관으로 한정된 상태다. 앞서 2004년과 2009년에 각각 해외 PE와 헤지펀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 경영참여형 PE와 전문투자형 펀드제도를 도입한 이후 십여 년만의 변화다.
야심차게 시도했지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PE가 리테일 시장과 분리되어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로부터만 자금조달 해야 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운용사들은 자산운용사 설립해 별도 법인을 두는 경우가 생겼는데, 국내에 크레딧펀드(PCF)가 태동하던 시기가 맞물려 하나의 뿌리가 정통 바이아웃·자산운용·사모대출 등으로 쪼개지는 양상이 심화됐다. 때문에 출자기관의 뷰티콘테스트에서 ‘한 지붕 두 가족’이 경쟁하는 씁쓸한 광경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비단 PE뿐만이 아니다. 투자재원과 여력이 있는 비상장사 또한 수익창출 기회가 막혔다. 토종 PE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글로벌 PE는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상의 규제가 적거나 없는 ‘해외 자본과 경쟁’하고자 한다는 제도개선 취지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라임·옵티머스 사태 해결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고육책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미비점이 하나둘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라며 “개정 시행령 도입 이후 시간이 흐른 만큼 시장의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