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사태 재발 방지 아직, 상장사 M&A 허들 제거…책임 커진 회계법인 [비계열사 M&A 제도개선]

금융당국, 비계열사 인수 시 ‘가격’ 빗장 풀었다
M&A 협상 과정, 새는 정보에 주가 변동성 부담 완화
외부 평가 기관 권한 강화, 빅4 존재감 기대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상장사 인수합병(M&A)의 허들로 적용하던 ‘가격’ 빗장이 풀린다. 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매길 수 있게됐다. 그동안 ‘법에 따르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M&A 가격에 대해 기업과 회계법인의 책임감이 막중해진다.

금융당국은 계열사 간 M&A의 경우 당분간 시가 기준을 유지하지만 ‘두산 사태’ 재발 방지 의지가 큰 만큼 장기적으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비계열 상장사 인수, 가격 책정 자율성 커지는 기업


오는 26일부터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실시한다. 구체적으로 시행령과 관련 규정인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비계열사 간 합병가액 산정규제 개선 ▷공시 강화 ▷외부평가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기업이 비계열 상장사 M&A 과정에서 가격 결정의 자율성이 생기는 점이 커다란 변화다. 기존에는 이사회 결의일 또는 합병 계약일을 기준 삼아 최근 1개월·일주일 평균 종가와 최근일 종가를 거래량으로 가중 평균한 후 산술평균하는 산식을 써야 했다. 기본적으로 시가에 의존하되 30% 할증과 할인이 가능한 정도였다.

법으로 가격 결정 방법을 규제하는 것은 상장사 M&A를 저해하는 요소로 꼽혀 왔다. 일례로 원매자가 M&A를 검토하는 초기 단계부터 상장사 주가가 치솟는 사례가 빈번했다. 거래에 관여하는 시장 참여자가 워낙 다양해 철저한 정보관리에 한계가 따르고 있다. 결국 거래 계약을 체결할 무렵이 되면 매수자 눈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시가가 형성되면서 딜이 성사될 수 없게 됐다.

이제 기업이 자율적으로 밸류 논리를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상장사 M&A의 허들이던 시가 평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업의 자율과 권한이 확대되는 만큼 책임감 역시 상당해졌다.

회계법인, 외부평가 품질관리 조직도 감리 대상


기업은 가격에 대한 책임감은 회계법인으로 대표되는 외부 평가인과 일부 분담한다. 비계열사 합병 시 자체적으로 밸류를 할 경우 외부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회계법인 역시 M&A 관련 업무가 늘어나게 된다. 우선 M&A와 관련된 평가업무를 수행할 기반인 품질관리규정과 조직 구성이 요구된다. 빅4로 대표되는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대형펌은 이미 이같은 조직과 인력을 내부적으로 구축한 상황이다. 다만 중소형 회계펌의 경우 인력 등이 부족할 수 있어 업무 수행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해졌다.

M&A 평가 업무가 법제화된 만큼 회계법인의 관련 조직은 금융당국의 감리도 받게 된다. 평가 점검 결과는 공시해야 하며 만약 M&A 가격 산정에 관여한 회계법인은 외부평가 업무를 중복해서 수임할 수 없다.

두산사태 재발 방지법 ‘촉각’


금융당국은 아직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는 기존과 대동소이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달라진 점은 외부평가기관의 검토를 받는 정도다. 다만 계열사 간 합병에서 불거지는 일반주주 소외 문제도 개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당초 금융당국은 계열사 간 합병은 대주주 위주의 의사결정이 비지배주주에 피해를 안길 점을 우려해 제도 개선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대주주가 법을 지켜도 일반주주가 불리해질 수 있는 사례는 두산그룹 사태에서 확인됐다.

두산은 현행법에 따라 시가를 기준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지주회사가 그룹 핵심 자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두산에너빌리티의 일반 주주의 희생을 유인해 잠정 보류된 상태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에 계열사 간 합병가액 산정규제 개선 등을 통해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제도를 적극 검토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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