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측 “전체 학생 의견이라 보긴 어려워”
총학생회 “이보다 객관적인 결과 어디있냐”
21일 오전 학교측과 학생측 만나 협의점 모색
◆ 취재메타 ◆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고 알려지며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과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총 인원 1973명 중 찬성 0명, 반대 1971명, 기권 2명으로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안건은 부결되었음을 알립니다.”
‘남녀공학 전환’ 안건을 두고 10일째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학생총회가 열렸다. 학생회칙상 학생총회는 총학생회의 최고 의결 기구로, 재학생의 10분의 1 참석으로 개회된다. 동덕여대 재학생은 약 6500여명으로, 10% 이상인 650여명이 참석하면 개회될 수 있다. 전날 총학생회는 참여 인원을 1300여명 정도로 추산했는데, 실제 현장에 온 재학생 수는 이를 훌쩍 뛰어넘어 1900여명에 달했다.
이날 안건은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총장직선제 도입’ 두 가지였다. 남녀공학 전환 안건은 총 인원 1973명 중 반대 1971명, 찬성 0명, 기권 2명 등 99.9% 반대로 부결됐다. 총장 직선제 도입안건은 1933명 중 찬성 1932명, 반대 0명, 기권 1명으 찬성 가결됐다. 투표는 ‘2024 민주동덕 학생총회’라고 적힌 비표를 드는 거수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건이 부결, 가결될 때마다 학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민주 동덕을 만들어가는 역사를 우리 손으로 이뤄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사를 써내려가줘서 고맙다”며 “대학 본부는 학내 구성원인 학생의 의견을 흘러가는 한 마디로 치부해선 안 된다. 동덕여대를 지키기 위한 학생들의 시위를 ‘폭동’이라고 부르는 차가운 사회의 시선에서도 민주 동덕을 위해, 학생이 주인이 되기 위해 총회에 참석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21일 오전 11시 총학생회 측과 학교 처장단의 면담이 예정된 상태다.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고 알려지며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총장 직선제’와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 |
동덕여대 측은 이날 총회 결과를 두고 “학생들 의견을 충분히 참조할 예정”이라면서도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어 총학생회를 비롯한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들을 받아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 6500여명의 학생 중 약 2000여명이 참여했기 때문에 전체 학생의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또 이날 투표가 비표를 드는 형태의 ‘공개투표’였다는 점도 학교측이 이날 결과를 ‘전체 학생 의견’이라 받아들이지 않는 원인이기도 하다.
총학생회 측은 “충분한 대표성을 띄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재학생 6500명 중 2000명이 모였다는 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이며,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반대를 하고 있는데 학생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학교는) 도대체 어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려고 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보다 더 객관적이고 많은 학우 분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냐”고 반문했다.
최 회장은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의견은 어떻게 수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의견 수렴의 장을 연 것”이라며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공개 투표로 이뤄진 방식에 대해서는 “우리 대학에서는 매년 학생 총회를 진행할 때 비표를 드는 방식공개 투표로 진행을 해왔고, 회칙 상에서도 그런 부분이 나와있다”며 “대학 본부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된 학내 시위가 계속된 14일 오전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학교는 우리를 꺾을 수 없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
총학생회는 남녀공학 전환 안건을 철회하는 것이 시위를 중단하는 전제조건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최 학생회장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총학생회도 마음이 바뀔 것 같다. ‘(학생들의 의견을) 알겠다’ 정도로 학교가 답하는 것은 안 된다. ‘안 하겠다’ 정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녀공학 전환 유예 등 타협의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안 된다“고 답변했다.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민주적인 소통’이다. 최 학생회장은 “올해 3월 무전공 입학이나 새로운 단과대 신설 등의 결정을 할 때에도 학교 측에서는 학생의견을 수렴한다고 공청회를 열고 학생 대표자를 모아서 이야기 하면서 ‘의견을 수렴한다’ 했다. 학생들은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국 학제 개편이 이뤄지는 등 학교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이 더 커져 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칙 제1장 제1조 교육목적에도 ‘지성과 덕성을 갖춘 여성 전문인의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혀있다”며 “여성 대학의 존재 이유가 여성 교육권의 증진인데 남녀공학 전환은 우리 학교가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본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남녀공학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부분을 해결하고 싶다면 학생 대표자, 학생들과 논의를 했어야 하는데, 학교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 지적했다.
한편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란은 대학 혁신을 추진하는 ‘대학비전혁신추진단 회의’에서 공연예술대학 발전 방안 중 하나로 남녀공학 전환이 거론되면서 불거졌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학교측이 ‘공학 전환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자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 건물들을 점거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는 건물 외벽과 바닥 등 시설물이 심하게 훼손됐다.
학교측은 지난 15일 ‘피해액이 최대 54억원’이라 집계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시위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 사례를 수집하겠다고도 공지했다.
동덕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 논의가 알려진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