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양증권 인수 계약을 맺은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계약 체결 두 달이 넘도록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신청하지 않고 있다. 인수 자금을 투자한 OK저축은행 측이 별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어, 이 논란을 피할 방안을 탐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9월19일 한양증권의 원 소유주인 한양대 재단과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지금껏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심사 신청 서류를 보완하고 있다.
주 쟁점은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OK저축은행이다. KCGI는 한양증권의 인수 자금 2203억여원을 마련하고자 OK저축은행과 메리츠증권에서 약 1000억원씩을 유치했다. 해당 저축은행이 속한 OK금융그룹은 계열사의 대부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현재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OK캐피탈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1000억원에 가까운 부실 채권을 안고 있다는 사실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는 OK그룹이 차후 한양증권 경영에 참여할 개연성 등에 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OK그룹에 대한 당국 시각이 다소 부정적인 데다, 이들이 여러 차례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 증권업 진출에 관심이 크다는 사실이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이 때문에 KCGI는 OK저축은행과 협의해 이들의 역할을 단순 투자자로 제한하고 증권사 경영에 관여할 수 없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가 나중에 설령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도 OK그룹 측에 한양증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확신을 당국에 줄 구상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KCGI가 인수 의지가 큰 만큼 협의를 다각도로 하는 것으로 안다. 단, 간단한 논의가 아닌 만큼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시간이 걸릴 공산은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증권사를 인수하는 주체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필수로 받아야 하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주식매매계약을 취소해야 한다. 심사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완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청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28위의 중소 증권사지만, 증권사 인허가권 ‘프리미엄’이 붙고 채권과 부동산 파이낸싱 등에 경쟁력이 있어 우량 매물로 주목받았다. KCGI는 한양증권을 인수해 종전의 자산운용 및 대체투자 계열사와 시너지(동반 성장 효과)를 내며 종합 금융 그룹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