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팬데믹기 이후 4년 4개월 만
9~10조원 유지 중인 코스피 대비 변동성
트럼프 트레이드 시장금리 여파 커
증시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가 6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가 위축된 가운데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로 성장주 중심인 코스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21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6조 846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최저치를 찍은 지난 19일(6조8249억원)보다 220억원 늘어났지만 최근 3거래일째 6조원대로 머물고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7월 14일(6조9239억원)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신용융자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자금 중 상환되지 않은 금액이다.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를 가늠하는 수치다.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는 전날 9조738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8조원대로 시작한 뒤 줄곧 9~10조원 규모를 오가고 있다. 반면 코스닥의 경우 지난 6월 9조원대를 넘은 뒤 6조원대로 위축됐다. 빚투 비중을 보여주는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율은 전날 1.37%를 기록했다. 마찬가지 코로나19 팬데믹(2020년3월31일·1.37%) 시기 이후 최저치다. 잔고율이란 상장주식수에서 신용으로 매수한 주식 비율을 의미한다.
최근 석 달(8월21일~11월20일) 간 신용융자 잔고가 가장 감소한 종목은 에코프로(-421억원)다. 이어 ▷넥슨게임즈(-258억원) ▷삼천당제약(-210억원) ▷알테오젠(-206억원) ▷이오테크닉스(-198억원) ▷제이와이피 엔터테인먼트(-198억원) 순이다.
코스닥 투심이 위축된 배경은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는 반도체 등 주도주가 부진한데다 경제 성장률 하향 압박으로 전반적인 자금 유입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금리인하 기대감에 수혜 기대감이 나왔던 바이오 등 성장주를 둘러싼 관망세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IT소재 장비들 위주인 코스닥 종목들이 트럼프 당선 전후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에 과민반응하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해 핵심성장주들이 부진한 영향”이라 설명했다.
트럼프 2기에서 감세 정책이 시행되면 재정 확대를 유발해 국채 발행을 자극할 것이란 관측에 시장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미국 대선 이후 4.45%까지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 10년물 금리가 곧 4.5%를 돌파하면, 5월 이전 고점인 약 4.74% 또는 2023년 10월 고점인 5.02%를 다시 테스트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전망했다.
증권사가 신용거래 금지 종목을 늘린 영향도 있다. 증권사는 각 사 기준에 따라 신용공여 가능 종목을 지정한다. 기준이 공개되지 않지만 주로 실적 등 재무제표에 기반해 투자 위험 종목을 선별하는 식이다. 상상인증권은 3분기 기준 코스닥 신용 불가 종목(289개)이 전년 동기(231개) 대비 58개 늘었다. SK증권의 경우 지난 6월 정기종목선정위원회에서 코스닥시장 신용 공여가능 종목을 8종목 줄인 뒤, 9월에는 20건을 줄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이 안 좋다보니 신용 가능 종목 평정에서 빠질 수 있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