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이어 유무죄·형량 주목
지난 15일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 집형유예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열흘 만에 다시 법정에 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김동현)는 25일 오후 2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2002년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증인을 회유해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위증하도록 시켰다는 혐의다.
검찰은 9월 30일 결심공판에서 “이재명은 본인이 만들어낸 거짓 주장을 기정사실인 양 (증인에게) 여러 차례 반복 주입하며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사법절차를 존중하지 않고 공당 대표라는 지위를 개인 범죄에 악용하고 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위증교사 재판의 뿌리는 2002년 5월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이다. 당시 최철호 KBS PD와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분당 파크뷰 특혜의혹’을 취재하던 중 ‘검사’를 사칭해 김 전 시장을 인터뷰했다는 혐의(공무원자격 사칭)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다시 기소됐다. 경기도지사 선거 중 “검사 사칭 사건은 누명을 쓴 것”이라고 말해서다. 당시 최 PD와 우연히 같은 장소에 있었을 뿐 검사 사칭을 지시한 적도, 가담한 적도 없다는 취지였다. 친형 강제 입원 의혹, 대장동 도시개발 성과 과장 등 발언과 함께 묶여 재판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번 위증교사 사건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 중 발견한 통화 녹음 파일이 발단이 됐다. 김 전 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 씨와 2018년 12월 22·24일, 두 차례 나눈 통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씨에게 ‘김 전 시장과 KBS가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아가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증언해달라고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녹취록 해석이다. 같은 증거를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검찰은 김 씨가 KBS-김 전 시장 사이 합의에 대해 “알지 못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했는데도, 이 대표가 “들었다고 해주면 된다”라고 말하는 등 적극적으로 위증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9월 30일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가 김 씨에게 변론요지서를 보내고 증인 신문사항을 사전 제공하는 등 “100% 완벽한 위증을 요구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의 주장은 정반대다. 검사 사칭 사건 배경을 두고 ‘기억을 되살려봐라’고 요구했을 뿐 위증을 교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검찰이 녹취록의 일부를 발췌해 ‘조작’했다고 반박한다. 2월 공판에서 이 대표는 직접 “검찰이 전체라고 제시한 녹취록은 (전체 녹취 내용 중) 극히 일부만 제시한 것이다. (실제 녹취록에는) ‘기억을 되살려달라, 사건 재구성하자는 거 아니다, 안 본 것을 봤다고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내용이 12번 정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