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만ℓ’ 빗물 재활용하는 식당…미쉐린 가이드가 반한 ‘매력’ 직접 맛보니 [미쉐린 지속가능성 2024]

‘미쉐린 지속가능성 2024’ 미디어데이
그린스타 레스토랑 선정된 ‘하오마’ 미식 체험
육류·채소 직접 기르고, 지역서 식재료 공수
코슬라 셰프 “플라스틱 소비 줄이려 시작”


디팡커 코슬라 하오마 셰프가 20일 열린 미쉐린 지속가능성 2024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식사 메인요리에 소스를 얹고 있다. [미쉐린 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태국 파타야)=김성우 기자] “붉은 육류가 탄소배출에 안좋다는 인식이 있어서, 친환경 방식으로 직접 닭과 소를 키워요. 성게알은 여기서 10㎞ 떨어진 바다에서 공수했죠.” (미쉐린 그린스타 레스토랑 하오마의 디팡커 코슬라 셰프)

#. 미쉐린 마스코트 ‘비벤덤’과 함께 선 디팡커 코슬라 셰프의 소개와 함께 음식이 서빙되기 시작했다. 첫번째 타자는 영국의 청정 지역으로 알려진 에식스 말돈 지역에서만 나온다는 말돈 천일염 오일과 커민(Cumin) 버터를 곁들인 식전 빵이다. 한입 베어물자 인도 음식에서 느껴졌던 서남아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은은하게 입안에 퍼진다. 음식을 맛본 ‘식객’(食客)들이 저마다 지인과 술잔을 부딪치며 감탄을 쏟아냈다.

20일(현지시간) 미쉐린이 자사의 ‘지속가능성’ 비전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미쉐린 지속가능성 2024’ 아시아-태평양 미디어데이 행사에 식도락의 장이 마련됐다.

이날 방문한 하오마는 태국 방콕에서 인도풍 파인다이닝을 선보이는 세계적인 명성의 식당이다. 미쉐린 1스타 식당인 동시에, 미쉐린 가이드가 지난 2020년 시작한 지속가능성 미식 식당 ‘미쉐린 그린스타’에도 등재된 식당이기도 하다.

코슬라 셰프는 ‘방콕이 1인당 플라스틱 소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서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대대적으로 다시 구상했다. 하오마에서는 연간 20만ℓ의 빗물을 보존해 아쿠아포닉스(물고기 양식에서 나오는 유기물로 채소를 재배하는 기술) 농법으로 키운 작물을 사용한다.

가까운 지역에서 해산물을 공급받고, 조미료와 그외 식재료들도 청정한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쓴다. 여기에 인도문화권 출신 셰프의 정체성에 맞춘 ‘미식’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이날 행사를 위해 코슬라 셰프와 하오마의 스태프들은 방콕에서 파타야까지 날아왔다.

디팡커 코슬라 하오마 셰프가 20일 열린 미쉐린 지속가능성 2024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메인요리를 조리중이다. [미쉐린 코리아 제공]


디팡커 코슬라 하오마 셰프가 20일 열린 미쉐린 지속가능성 2024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메인요리를 조리중이다. [미쉐린 코리아 제공]


코슬라 셰프와 스태프들은 현장에 있는 부엌에서 전채부터 메인, 후식까지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들며 분주하게 뛰었다.

이날 ‘전채’(前菜) 요리로는 커리 에스푸마(Espuma·거품 형태의 사이드)를 곁들인 성게알과 페타 치즈(염소젖으로 만드는 그리스 치즈)로 버무린 채소샐러드가 나왔다. 성게알은 태국 인근 타이만에서 공수했고, 토마토 등 샐러드에 들어간 채소도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됐다고 한다. 포크로 치즈와 야채를 한웅큼 집어 입안에 넣으니 고소하고 은은한 풍미가 입안에 퍼졌다. 대개 ‘톡 쏘는’ 느낌의 커리는 에스푸마 형태로 부드럽게 다듬어지면서, 부드러운 성게알과도 잘 어우러졌다.

전채요리로 나온 샐러드(왼쪽)와 커리 에스푸마를 곁들인 성게알. 파타야=김성우 기자


코슬라 셰프가 직접 조리한 메인요리. 파타야=김성우 기자


메인요리는 튀긴 자스민과 메쉬드 포테이토를 곁들인 와규 스테이크가 나왔다. 스테이크를 조금 잘라 자스민을 곁들여 입안에 넣었다. 섬유질이 많아 질길 것이라 생각했던 채소가 바스락 잘게 부스러지며, 잘 익은 스테이크와 어울렸다. 육질은 부드러움 그 자체였다. 메인에는 커리로 버무린 인디카(바스마티 쌀)도 곁들여졌다. 간이 은은하게 맞춰져서 스테이크와 같이 있어도 튀지 않는 맛이었다.

마지막 디저트는 대개 차로 즐기는 사프론을 향신료로 첨가한 크래커와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한입 베어 먹으니 달달한 초콜릿에 사프론 향이 은은하게 퍼친다. 식사가 마무리되자 식당 곳곳에선 극찬이 쏟아졌다.

손님들의 찬사에 코슬라 셰프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오늘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6주전부터 미쉐린과 논의하고 식사를 준비했다”라면서 “오늘 준비한 음식들은 모두 지속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한 결과물인 만큼 자리한 분들이 우리 노력과 음식의 매력을 즐기고 가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코슬라 셰프가 20일 열린 미쉐린 지속가능성 2024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파타야=김성우 기자


한편 미쉐린 그린스타는 미쉐린이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플레이트, 빕 구르망, 스타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식당이다. 음식에 사용한 식재료가 ‘추적가능’한지, 제철 식재료를 활용했는지, 레스토랑이 탄소발자국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지 있는지,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한 폐기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등 지속가능성 요소를 평가한다. 미쉐린이 완성차 산업에서 추구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미식에서도 동시에 추구하는 적극적인 비전인 셈이다.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기준 현재 전세계에는 564곳의 그린스타 레스토랑이 있다. 국내에서 그린스타로 선정된 곳은 이 부문이 선정되고 4년 연속 그린스타에 오른 ‘꽃, 밥에피다’(A Flower Blossom on the Rice)와 지난해 처음으로 등재된 기가스, 부산 첫 발간과 함께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피오또(Fiotto) 등 3곳이 있다.

디팡커 코슬라(왼쪽) 하오마 셰프가 20일 열린 미쉐린 지속가능성 2024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미쉐린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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