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공구도 ‘아이언맨 조끼’ 입고 작업 착착”…현대차·기아, 무동력 착용 로봇 최초 공개

현대차·기아,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 개최
‘엑스블 숄더’ 무동력 토크 생성 구조, 無충전 기동
“작업 능률 올리고, 근골격계 부담 크게 낮춰”
자동차 외 건설·조선·항공 등 다분야서 활용 가능
내년부터 공식 판매…제조업 고령화 문제 대안 주목


지난 27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 참석자(왼쪽)가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를 착용하고, 성능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서재근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우리 기술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없을까’라는 질문의 답은 ‘그렇다’입니다. 미국 알리바마 공장을 비롯해 많은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고, 많은 노력을 거쳐 무동력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를 개발했습니다.” (현동진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장)

일상에서 편하게 입는 조끼를 입고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업무 능률이 올라가고,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무동력 착용 로봇이 등장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7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를 개최하고,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의 최초 공개와 함께 향후 사업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의 착용 로봇 브랜드인 ‘엑스블’은 무한한 잠재력을 의미하는 ‘X’와 무엇이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인 ‘able’을 합쳐 탄생했다.

엑스블 브랜드 제품군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판매를 시작하는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이다. 산업 현장에서 팔을 위로 올려 작업하는 이른바 ‘윗보기 작업’에 이 로봇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상완(어깨·팔꿈치) 근력을 보조하여 근골격계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현동진 로보틱스랩장(상무)은 “엑스블 숄더는 현장 근로자들의 피드백과 로보틱스랩의 기술을 융합해 개발한 착용 로봇”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 개발과 보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며, 인류에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진보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 가 여러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사례. [현대차 유튜브 채널]


▶엑스블 숄더, 어깨 관절 부하 최대 60% 경감…“제조업 고령화 문제 해소 이바지”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국내 제조업 분야 근로자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산업 현장의 건강 문제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로 엑스블 숄더를 개발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내년 상반기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제조업 분야 근로자 평균연령은 43세로 지난 10년간 약 3.8세 증가했다. 근로자 고령화로 인해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자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이는 근로자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로보틱스랩은 2018년 산업용 착용 로봇 연구에 착수, 2022년부터 시제품을 활용해 현대차·기아 국내외 생산 공장에 시범 적용하며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다는 평가를 받느다. 그동안 300여 명의 현장 작업자들로부터 다양한 요구사항을 청취해 왔고, 이를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했다.

엑스불 숄더는 ‘근력 보상 모듈’을 적용해 보조력을 생성하는 무동력 토크 생성 구조로 설계, 별도로 충전할 필요 없어 유지 및 관리가 편리하다. 특히, 근력 보상 모듈이 작동하면 모듈 내부의 인장 스프링에서 방출된 탄성에너지가 멀티링크를 거쳐 크랭크축에 ‘회전력(토크)’ 형태로 전달되는 메커니즘을 통해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60%와 30%를 각각 경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엑스블 숄더’의 주요 특장점에 대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스. [현대차·기아 제공]


아울러 고성능 차량에 쓰이는 ‘탄소 복합 소재’와 ‘내마모성 소재’가 적용돼 알루미늄 소재 대비 3.3배의 강성을 확보하면서도 중량은 40% 줄었다. 제품 총무게는 약 1.9㎏(본체 1.4㎏, 착용부 0.5㎏)이며 착용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본체의 길이도 406㎜부터 446㎜까지 직접 조정할 수 있다.

제품의 라인업은 ▷자세가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하는 작업에서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 최대 2.9㎏f(킬로그램 포스)의 보조력을 제공하는 ‘기본형’ ▷작업 자세에 맞게 최대 토크를 얻을 수 있는 각도(75~120도)를 사용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으며 최대 3.7㎏f의 보조력을 제공하는 ‘조절형’으로 구성된다.

윤주영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관절로보틱스팀 팀장은 “엑스블 숄더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로보틱스 기술’ 개발에 방점을 뒀다”며 “향후 제품 성능과 품질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더 나아가 사용자를 편리하게 해 주는 다양한 착용 로봇 제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블 숄더’는 건설·조선·항공·농업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에 ‘엑스불 숄더’가 전시된 모습. 서재근 기자


▶내년 국내 판매 시작…2026년 글로벌 판매 예정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커스터머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4억달러(약 3조3500억원) 수준에서 2033년 136억달러(약 19조114억원)로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는 매년 빠르게 커지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엑스블 숄더를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오는 2025년부터 현대차그룹 27개 계열사는 물론 건설·조선·항공·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타기업까지 판매처를 확대하고, 2026년에는 유럽과 북미 등 해외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구매 희망 기업은 28일부터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 및 상담이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내년 상반기 내 순차적으로 제품을 출고할 계획이다.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에서 로보틱스랩 연구원이 웨어러블 로봇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공]


아울러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구매 희망 기업에 ‘엑스블 숄더 통합 컨설팅’을 제공해 해당 기업이 엑스블 숄더 도입 여부에 대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기 다른 산업 현장 상황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영훈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로보틱스사업1팀 팀장은 “향후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제품군을 보다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산업 안전 솔루션을 선보여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지난 6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팩토리얼 성수’ 빌딩에 자체 기술인 딜리버리 로봇,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첨단 안면 인식 등을 활용한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재활 치료를 위한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불 멕스’. 서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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