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성장 불확실성 높아…금리 추가 인하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경제성장률이 0.0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고 덧붙였다.

이번 인하는 금통위 내에서도 치열한 논쟁 끝에 결정됐다. 이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인하’ 의견을, 나머지 2명은 ‘동결’ 의견을 각각 제시했다고 전했다. 동결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은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이었다. 지난 10월 유일하게 동결 의견을 낸 장 위원은 이번에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3개월 후 기준금리에 관한 의견인 ‘포워드 가이던스’도 3대3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이 총재는 “6명 중 3명은 향후 3개월 내 연 3.0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나머지 3명은 3.00%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내 3.25%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금통위 내부 여론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수출 증가세 둔화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이 2.4%에서 2.2%로, 내년 전망치가 2.1%에서 1.9%로 각각 하향 조정된 영향이 컸다. 1.9%는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수치다.

이 총재는 “3분기에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는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수출 불확실성과 성장 전망 조정은 새로운 정보이고, 굉장히 큰 변화”라고 언급했다.

고환율 문제에 대해선 “환율 변동성을 관리하는 데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며 “환율 변동성 관리 수단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액수를 확대하고 기간을 재연장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 환율 수준보다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며 “특정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특정 환율 수준이 위기라고 얘기하기에는 구조가 바뀌었다”며 “우리가 더는 외채를 많이 진 나라가 아니고, 내국인의 해외 투자도 늘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행히 ‘트럼프 트레이드’가 숨을 고르는 모습”이라며 “최근 원화 절하 속도가 다른 통화보다 크게 빠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1월 이후에도 가계대출은 주택거래량 감소, 거시 건전성 정책 영향 지속 등으로 당분간 둔화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가계부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가산금리가 오른 것은 금융안정 도모를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었다”며 “내년 초부터 가산금리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니 길게 봐달라”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통화정책을 전환했어야 한다는 ‘실기론’은 거듭 일축했다. 그는 “8월 기준금리 동결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성장률, 금융안정, 물가안정 등을 한꺼번에 보고 1년쯤 뒤에 평가해줬으면 한다”며 “실기론에 대해서는 더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국무총리 하마평에 대해선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한은 총재로서 맡은 바 현재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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