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합병, ‘사실상’ 초읽기 돌입
내달 20일까지 신주인수 작업 마칠 듯
재계 순위 10위권 재진입 등 주목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이렇게 밝혔다. 이후 조 회장은 매년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 하늘을 책임지고, 항공산업의 새 지평을 여는 시대적 사명”이라면서 양사 합병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그의 꿈이 마침내 본궤도에 오른다. 28일(현지시간) EU(유럽연합) 경쟁당국(European Commission·EC)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돼 심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양사의 합병을 막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을 마침내 통과한 것이다.
지난 2월 EC는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일부 항공노선과 화물부문에 대한 독과점 관련 우려를 해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우선 여객부문에서 유럽 4개 노선(로마, 파리,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을 티웨이항공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티웨이항공 측은 이들 노선에서 일정 기간, 일정 수 이상의 여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항공권을 판매했고, 첫번째 우려 요건이 수월하게 마무리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제공] |
또한 화물부문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에어인천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와의 결합 잔여 절차를 마무리하고 나서 내년 중순께 본격적인 첫 운항에 돌입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비행기를 이관하고 기존의 계약관행을 검토, 관계당국에 추가적인 허가를 받는 절차가 이뤄질 전망이다. 아시아나와 에어인천은 현재 합병 승인을 전제로 실무진 차원에서 다양한 내용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EC의 심사 종결로 양사 통합을 위한 14개 국가 경쟁당국의 승인 가운데 13개가 완료됐다. 마지막 남은 미국 법무부(DOJ)의 경우 별도로 심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만, 현재까지 DOJ 측에서 별도 소송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까다로운 심사로 정평이 나 있는 EC의 독과점 우려에 대해 조건부 승인 요건을 충족했다는 점도 향후 추가 소송 가능성을 더욱 낮췄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도 DOJ 측에 EC의 최종 승인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승인으로 대한항공을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로 성장시키겠다는 조 회장의 꿈도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대한항공은 신주 인수를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할 전망이다. 신주 인수는 내달 20일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추가로 양사는 2년 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이 기간에는 양사가 각 브랜드로 운영하면서 인력 재배치, 고용 승계,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재무구조 정상화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국내 재계와 항공업계에도 거대한 지각변동이 생길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양사의 매출 합계는 21조원대(대한항공 14조6000억원·아시아나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양사의 통합자산도 42조8000억원(대한항공 31조원·아시아나항공 11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한진그룹의 2023년도 재계 순위는 14위로, 공정자산총액은 37조8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의 합병 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10위권 내 재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LCC 업계도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결합한 ‘통합 LCC’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LCC가 출범하면 현재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보다 규모가 커진다.
양대 대형항공사(FSC)와 3사 통합 LCC를 앞세워 대한항공의 시장 지배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5개사의 국제선 합산여객은 3335만여명으로, 전체 여객의 48.6%를 기록했다. 외항사 여객을 제외한 기준으로 보면, 5개 항공사의 합산 여객 점유율은 80%를 넘어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통합으로 장거리는 물론 단거리 노선에서도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가격 결정권 제고에 따라 실적 개선세도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