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오너 3세 승진 롯데, 구조조정 본격화…M&A 큰 장? ‘반신반의’ [주간 ‘딜’리버리]

롯데렌탈·캐피탈 매물 후보 언급
‘롯데캐미칼 EOD’ 일시적 문제 진화용 평가도
시장 관심은 롯데칠성음료…비주력사업은 투자가치↓


롯데월드타워[롯데물산 제공]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 오너 3세인 신유열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신 부사장은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특명이 주어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롯데렌탈과 롯데캐피탈 등을 처분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물론 롯데는 매각 경험이 부족한 탓에 사전 구조조정을 위한 실제 ‘매각 의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과 롯데캐피탈 등이 그룹 매각 후보로 언급된다. 양사는 각각 호텔롯데, 롯데파이낸셜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롯데캐피탈에도 호텔롯데 지분이 담겨 있는 상태다. 전일 진행된 롯데의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호텔사업은 면세점 부진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 대상에 꼽힌 만큼 유동성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자산 매각을 두고 뚜렷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롯데렌탈의 경우 원매자로부터 매각 제의를 받았다는 공시를 띄운 정도며 롯데캐피탈에 대해선 언급한 이력이 없다. 렌터카 사업의 경우 그룹 모태인 유통·식품·화학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 추가한 영역인만큼 정리하기 수월할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렌탈 매각은 롯데케미칼에서 불거진 일시적 문제를 진화하기 위한 계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룹 주력 사업이 유동성을 확보하진 않지만 모태 비즈니스를 지키기 위해 비주력 사업을 처분해 ‘위기 타개 의지’를 시장에 알리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무보증 회사채 2조450억원에 대한 기한이익이 상실(EOD)됐다. 투자자에게 담보 없이 자금을 빌리는 대신 전체 이자비용의 5배 넘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유지하기로 약속했으나 올 3분기 이를 지키지 못한 탓이다. 화학 업황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저수익 자산을 매각하고 투자 규모를 축소해 재무구조 개선을 약속한 상태다. 여기에 롯데물산으로부터 롯데월드타워도 담보로 제공 받으면서 보증사채로 전환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롯데그룹에 확실한 유동성을 안겨 줄 알짜 자산으로는 롯데칠성음료가 꼽힌다. 롯데지주가 최대주주로 있어 자금 배분 측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매물 가치도 높고 인수 의지를 가진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는 상당하다. 다만 롯데가 알짜 자산까지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가 롯데칠성음료처럼 매물 가치가 높은 알짜 사업을 매각할 의지를 갖진 않을 것”이라며 “롯데케미칼 채권 EOD는 일시적 문제인만큼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비주력사업부터 정리하겠지만 문제는 부수 사업을 정리해 롯데가 유동성 확보 등에서 얻는 실익 역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롯데그룹에서 실제로 나오는 M&A 매물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보수적 전망도 나온다. 롯데는 그동안 M&A로 몸집을 키워왔으나 비주력사업을 매각한 경험은 빈약하다. 최근 10년 사이 외부에 매각한 사업부나 계열사로는 ▷일본 롯데리아 ▷중국 음료사업 및 롯데마트 ▷외식 사업(TGIF) ▷베트남 제과(비비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이 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의 경우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위반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절차였다. 일본 롯데리아 매각을 제외하면 대부분 손실을 보고 처분했거나 철수한 해외 사업이다. 주로 내부에서 계열사를 주고 받으며 지배주주를 교체하는 정도로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매각 대상 자산에 대해서는 아직 시장에 공표된 바가 없고 그룹 차원에서도 함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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