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대로 취임 후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실시하면 미국 내 일자리가 최대 10만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민자로 일자리를 채운 미국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 정책으로 인해 올해 월평균 17만개씩 증가했던 미국 일자리가 최소 2만5000개에서 최대 10만개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매달 일자리가 7만개씩 늘어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WSJ는 이민 정책이 실시되면 특히 건설업, 요식업, 식품 가공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0년 이후에 미국에 유입된 이민자는 지난해 기준 미국 전체 인구의 1.8%에 불과하지만 특정 직종에서는 상당한 규모를 차지한다. 농업 종사자의 6.7%, 건설 노동자의 5.6%, 가정부 및 가정 청소부의 5.6%가 이민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민자 중 요리사는 66만654명, 계산원은 47만5096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기준 미국 내에서는 약 1100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체류하고 있고, 이 중 약 300만명이 불법 이민자의 자녀 ‘드리머(Dreamer)’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민자가 많은 분야에서 가격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웬디 에델버그 브루킹스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해당 부문에서 노동 공급이 감소하게 된다”이라며 “다른 모든 부문이 동일하다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동원해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또한 미국 각지에 위치한 불법 이민자 구금 시설의 수용 정원을 두 배로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WSJ는 “군 시설과 군용기를 미등록 이민자 추방에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민 정책으로 미국 내 이민 인구는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는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후 미국 순이민자(입국자와 출국자의 차이) 수를 연간 약 75만명으로 전망했다. 2010년대 연평균 91만9000명이던 순이민자 수는 팬데믹 이후 정점에 달하면서 지난해 330만명을 기록한 바 있다. 이민 정책은 팬데믹 당시 미국 내 노동력 공급을 확대해 임금 상승 압력과 인플레이션을 완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골드만삭스는 “연간 약 100만명 정도 되는 합법 이민에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인도주의적 이유로 입국하는 이민자와 이민법원에서 심리를 받고 입국하는 이민자 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이민자가 줄어들면서 미국 경제는 더 느리게 성장할 것이고, 노동력도 더 더디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