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용객 32.% 늘었지만…매출액은 22.4% 되레 감소
면세점, 실적 회복 총력전…매장 차별화·사업 구조조정 확대
中 수요회복 없인 매출 회복 한계…임대료 등 추가 비용 부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탑승 구역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면세업계가 실적 개선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임대료 등 비용 부담이 커져 추가적인 사업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면세점 이용객 수는 256만7163명, 매출액은 1조111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이용객은 19% 늘었지만, 매출액은 16.4% 줄었다. 이용객 1인당 구매액(객단가)도 61만6179원에서 43만2851원으로 29.8%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 이용객들의 객단가가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이용객은 32.6% 늘었는데, 매출액은 2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내국인은 이용객 수와 판매액 모두 각각 12.7%, 11.2% 올랐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에도 ‘큰손’인 중국인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영향이다.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개별 여행객이 늘고, 여행 형태도 미식과 체험을 중심으로 바뀌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높은 원·달러 환율도 면세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주요 면세점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지난 3분기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는 460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2분기에 이은 연속 적자다. 신세계면세점도 162억 영업손실을 냈다. 신라·현대도 각각 382억과 80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면세점들은 생존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국에 의존했던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단독 제품군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군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이 우선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3층 주류·담배 정식 판매장에 프리미엄(고급) 향수인 니치향수를 비롯해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 단독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라면세점도 최근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 매장에 화장품·향수, 주류 등 단독 브랜드를 확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에 체험형 쇼핑 공간 ‘신세계 존(zone)’을 선보였다.
비용 절감도 과제다. 중국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서는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유신열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은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조직 축소, 임원 급여·업무추진비 삭감, 월드타워점 매장 면적 축소, 특별 조기퇴직 프로그램 등을 단행했다. HDC신라면세점도 지난 8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그러나 면세업계의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자체 노력으로 매출을 키우는 데 한계가 명확해서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은 임대료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인천공항은 임대료 산정을 여행객 수에 연동해 책정하고 있다. 여객 수는 늘고 있지만, 그만큼 매출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운영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인천공항 면세 사업권을 따낸 신라·현대·신세계면세점이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업게 한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4분기에도 상황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수요가 본격 회복되기 전까지는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더 절감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