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제외 시 韓 증시 ‘순매도세’
“韓증시 외톨이 현상 지속 위험”
올해 동학개미(국내 증시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쏠림 현상이 역대 가장 강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말까지 개인 투자자의 ETF 순매수액은 17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개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서만 국내 증시에서 ETF를 17조1160억원 규모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개인 투자자 기록한 ETF 순매수액은 2002년 10월 14일 국내 1호 ETF인 삼성자산운용 ‘KODEX200’이 상장한 후 기록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기존 연간 최고 금액은 일명 ‘동학개미운동’이 펼쳐졌던 2021년 9조7347억원이다.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개별 종목 대신 ETF 매수에 ‘올인’한 모양새다.
지난달 29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3조7693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ETF에 대한 순매수액을 제외하면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3조346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셈이다.
개인 투자자가 올해 기록한 ETF 순매수액은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기록한 순매수액 7조4050억원의 2.3배에 달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증시엔 총 929개 종목의 ETF가 상장, 순자산총액은 166조1784억원에 이르렀다. 2023년 말 대비 117개 종목이 신규 상장했으며, 순자산총액도 27.15%(45조1127억원)나 늘었다. 2019년 450개 종목, 51조7123억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국내 ETF 시장의 상장 종목 수는 2.1배, 순자산총액은 3.2배나 커진 셈이다.
개인 투자자의 국내 상장 ETF에 대한 순매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이 같은 현상이 국내 증시에 대한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란 분석도 있다.
해외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국내 증시 상장 ETF 중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의 순자산총액은 이달 처음으로 57조원 선을 돌파했다.
이처럼 해외 ETF로 동학개미들의 투자 쏠림현상은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실망감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외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은 29.53%에 이르지만, 국내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은 -9.84%에 불과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국장 탈출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관세 정책이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수출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단 우려가 크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