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행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친구)’로 부상하면서 머스크 경쟁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를 등에 업고 인공지능(AI), 항공우주 등 각종 사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CEO의 경쟁 상대들이 새로운 힘(트럼프)으로 자신들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경쟁 상대로 올해 머스크와 가장 많이 대립했던 챗GPT 개발사 오픈AI CEO 샘 알트먼이 있다. 머스크는 알트먼을 “경멸한다”며 오픈AI를 “시장을 마비시키는 존재”라고 평가한 바 있다.
2023년 9월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워싱턴의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했다. [로이터] |
지난달 30일 머스크는 미국 연방법원에 오픈AI의 완전 영리사업 전환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해당 가처분에는 오픈AI가 66억달러 규모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경쟁업체에 자금을 대지 말 것을 요구한 행위도 포함된다. 해당 경쟁업체에는 머스크의 AI 회사 xAI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오픈AI가 불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뒤 AI 규제를 실시할 경우 xAI보다 오픈AI가 불리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최측근은 WSJ에 “알트먼 CEO은 ‘페르소나 논 그라타(환영 못 받는 사람)’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알트먼 CEO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알트먼은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라이브 캐피털을 운영하는 그의 동생 조쉬 쿠슈너 등 트럼프의 주변인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알트먼은 트럼프 측근에게 “오픈AI가 미국 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알트먼은 미국 상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하워드 루트닉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과도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일부 인사들은 머스크 CEO의 눈 밖에 날 것이 두려워 알트먼의 접촉을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워싱턴 경제클럽’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
머스크와 오랜 경쟁자였던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사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베조스와 머스크는 각각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엑스라는 우주항공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WSJ은 “일각에서는 머스크와 트럼프 당선인이 가까워졌기에 항공우주산업에서 머스크가 유리한 고지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트먼과 베조스 외에도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 경영진들도 경계하고 있다. WSJ은 “알파벳과 메타 경영진들은 머스크가 경쟁 기업 제거를 위해 자사의 반독점 이슈에 규제 칼날을 더 들이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을 맡았던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의원은 “머스크와 트럼프 사이의 유대관계가 기업 간 경쟁을 막을 수 있다”며 “트럼프가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보면 불안하다. 머스크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