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신축 피로감에 재건축 눈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네이버 거리뷰] |
“(이곳) 아파트 가격이 반포 등 다른 강남권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있어요. 최근 매수 문의가 많아지면서 시장에 나와 있던 매물이 모두 소진돼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줄고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사업성이 뛰어난 일부 ‘알짜 재건축’ 단지에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신축 아파트보다 미래 가치가 높은 재건축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이 늘면서 재건축 단지에서 신고가가 쏟아지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매매가 가장 많은 단지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로 13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은 손바뀜이 일어나는 강남권 대단지는 ‘헬리오시티’(9510가구)와 ‘파크리오’(6864가구)로, 두 단지의 이달 거래 건수가 각각 6건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했던 셈이다.
거래가 늘어나며 매매가도 오르는 추세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 15일 29억7700만원(7층)에 새 주인을 찾으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8월 같은 평형이 27억9800만원(6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새 2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전용면적 81㎡도 지난 5일 30억459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송파구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아 매물이 부족한 상태”라며 “물건이 간간이 하나씩 거래될 때마다 호가가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잠실주공5단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있는 데다 갭투자(전세 끼고 투자)가 불가능해 다른 강남권 단지에 비해 가격 상승 속도가 더뎠다”며 “‘잠실에서 이만한 입지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외부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준공된 최고 15층, 30개동, 3930가구 규모 대단지다. 서울 지하철 2·8호선이 지나는 잠실역 인근에 있으며 지난 9월 정비계획을 확정했다. 재건축을 통해 향후 최고 70층, 28개 동, 6491가구 ‘랜드마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조합은 건축·경관심의 및 교통·교육영향평가 등 통합 심의를 거쳐 사업시행계획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헬리오시티, 파크리오 등 살기 좋은 신축 대단지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아파트 가격 급등 피로감으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통합심의를 앞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거래가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권에서 손꼽히는 재건축 사업지지만 주변 시세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형성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