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쏟아지는 체육회장 후보들…‘反이기흥 연대’ 외치지만 ‘야권 단일화’는 요원?

이기흥 3연임 막겠다는 후보들
‘야권 단일화’ 공감대 형성했지만
단일화 방식 도출은 쉽지 않을 듯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은 이기흥 현 회장의 3선 도전을 막겠다며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반(反) 이기흥’ 연대의 야권 단일화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체육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은 3일 체육회장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들의 마음, 지도자의 마음, 학부모의 마음, 행정가로서 마음을 그 어떤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제가 여러분이 꿈꾸는 행복한 체육계를 만들어드리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내년 1월 치러지는 체육회장 선거에는 유 전 회장을 비롯해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이기흥 현 회장은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회장선거준비TF 팀에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내며 3선 도전 의지를 밝혔다.

현재로선 이기흥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비위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회장 직무 정지를 당하고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종목별 대표자와 지역 체육 관계자들로 꾸려지는 선거인단 구조 속에서 재임 기간 표밭을 다져온 이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태다. 3선 도전의 첫 관문인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연임 승인도 받았다.

이에따라 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이기흥 회장의 3선을 저지하기 위해 ‘단일화’ 목소리를 조금씩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박창범 후보가 이 회장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것도 계기가 됐다. 강신욱, 강태선, 안상수, 유승민 후보가 잇따라 단식 농성장을 방문하며 ‘반이기흥 연대’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 2021년 체육회장 선거 때 이기흥 회장에 맞서는 후보들의 단일화 시도가 무산됐던 경험을 가진 강신욱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도 단일화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해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후보 등록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차분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후보도 “후보 간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만 이뤄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그러려면 후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 등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창범 후보는 단식투쟁 11일 만인 지난 2일 단식 결정을 중단하면서 “대한민국 체육계의 시대정신은 이기흥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고, 체육 독재를 막는 것이다. 3연임과 체육 독재를 막기 위한 후보단일화를 반드시 성사하겠다”고 다시한번 힘주어 말했다.

3일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 [연합]


하지만 체육계에선 이기흥 회장의 연임을 저지할 강력한 대항마를 내세울 단일화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겉으로는 단일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쉽사리 후보 자리를 양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즉 각 후보마다 “나를 중심으로 단일화하자”는 게 ‘야권 단일화’ 주장의 속뜻이라는 것이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몇몇 후보 캠프에서는 본인들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그들만의 계산 속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단일화에 합의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각 후보 진영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단일화 방식을 도출하기도 어렵다”고 짚었다.

실제로 유승민 후보는 전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단일화에 대해 “필요하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단일화는 기술적이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이 선행돼야 한다. 제가 후보 중에서 앞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일화를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했다.

최 평론가는 또 “대선이나 총선처럼 국민적 의사가 반영되는 선거일 경우 여론과 민심이 단일화의 압박요소가 되겠지만, 체육회장 선거는 체육인들만의 선거이기 때문에 여론의 압박이 크지 않다”며 단일화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회장 후보자 등록 기간은 오는 24∼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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