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압승 등에 업고 ‘충성파’ 초스피드 인선
더 강력한 미국우선주의 예고…잇단 ‘관세폭탄’ 언급
우크라·중동전쟁 조기 해결 추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5 대선 승리 후 지난 한 달 동안 빠른 속도로 내각 인선을 추진한 것과 함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성명을 통해 집권 2기에 강화된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과 중동 갈등에도 종지부를 찍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트럼프 당선인은 내각과 백악관 등 차기 행정부 고위 당국자 인선을 사실상 완료했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집권 1기 때보다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미국 여성 첫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된 수지 와일스(왼쪽) [로이터] |
▶‘충성파’로 꾸려진 인선…‘트럼프 정책’에 속도전
미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연방 의회 상원의 인준이 필요한 장관 및 주요 직책 후보자는 이날까지 전체 37명 가운데 35명이 지명됐다. 중소기업청장과 백악관 경제자문위(CEA) 위원장 등 2명만 아직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등 상원 인준이 필요하지 않은 자리도 이미 26명이 내정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장 큰 특징은 ‘충성파’로 요약된다. 트럼프 당선인 국정 운영 기조의 상징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을 강력히 추진할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부통령에 지명된 JD 밴스 [AP] |
이 같은 측근에는 트럼프 당선인을 변호했던 개인 변호사 출신들부터 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돈(큰딸과 작은딸 시아버지)을 잇달아 주프랑스 대사, 아랍·중동 문제 담당 선임 고문 등이 있다.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성향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와 인연을 지닌 이도 지명자들 가운데 적지 않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예스맨’ 위주로 인선 속도전을 펼치면서 비위 의혹이나 자질 부족 등 논란이 되는 인사가 많다는 점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의 특징이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플로리다)은 미성년자 성매수 등 의혹으로 지명 8일 만인 지난달 13일 결국 사퇴를 선언, 낙마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3일에는 마약단속국(DEA) 국장으로 내정된 채드 크로니스터 플로리다주 힐스버러 카운티 보안관이 스스로 물러났다. 최근에는 국방부 장관 후보자인 피트 헤그세스(44) 전 폭스뉴스 진행자가 3번째 낙마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의 포트 오브 롱비치에서 롱비치 소방서 보트가 컨테이너선에 쌓여 있는 선적 컨테이너를 지나가고 있다. [AFP] |
▶中·캐나다·멕시코 등 관세 예고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 ‘관세 전쟁’이 일어날 것도 뚜렷히 드러나고 있다. 자국 내 제조업 기반을 복원하고, 자국 업계를 보호하는 한편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로 대표되는 보호주의 무역 기조를 표방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고돼왔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10∼20%의 보편관세와 중국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율 적용을 거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이 확실시 된 이후, 취임 당일 중국에 앞으로 부과될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얹어서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같은 달 30일에는 브릭스 국가들(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국가를 가리킴)이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경고했다.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 이민자 유입과, 그와 연결된 마약 밀수 단속 등 미국민의 일상에 위험 요인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초강경 기조로 나갈 것이라는 점도 보여줬다. 그는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에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도 지난달 18일 트루스소셜 댓글을 통해 밝혔다.
우크라이나 지상군 제118 기계화 여단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지아 지역 최전방에서 미국 155mm 회전 자주포 M109를 장착하고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EPA] |
▶하마스에 ‘힘을 통한 평화’…우크라엔 조기종전 추진
선거운동 과정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필요시 무력행사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글을 SNS에 남겼다.
트럼프 당선인은 2일 트루스소셜 글에서 “2025년 1월 20일 이전까지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는다면 중동 지역과 인류에 반(反)하는 만행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지옥 같은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대가에 대해 “책임자들은 오랜 미국의 역사상 어떤 사람보다 더 세게 타격(hit)을 받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인질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썼다.
또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현재의 전쟁상황을 인정하는 하에서의 조기종전 방안을 지지해온 키스 켈로그를 지명함으로써 조기 종전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기기 어려운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