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분류 포럼 |
<2024 영상물 등급분류 포럼> OTT 자체등급 및 사후관리, AI 등급분류, 미디어 교육 등 미래전략 논의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OTT 및 온라인 영상물의 폭발적 증가와 기술 발전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새로운 등급분류 모델과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병재, 이하 영등위)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 주목됐다.
영등위는 5일 부산 영상산업센터 컨퍼런스홀에서 ‘OTT 시대, 등급분류 미래를 논하다’를 주제로 2024년 등급분류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포럼에서는 국내외 관계자들이 모여 온라인 시대에 유해한 영상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등급분류 제도 발전에 대해 논의했다.
영등위 김병재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콘텐츠 이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등급분류 제도가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포럼이 청소년 보호와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등위, 사후관리와 미디어 교육 전문기관으로 변화해야 -
기조발표를 맡은 문관규 부산대학교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는 “OTT 시대의 개막에 따라 영등위가 등급분류 기관을 넘어 사후관리와 미디어 교육 전문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및 영상물 이용 증가로 유해 콘텐츠 접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영등위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OTT 자율등급제… 광고물, 뮤직비디오 등 타 매체 확대 필요 -
첫번째 발제에서는 OTT 자체등급분류 제도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였다. 이재경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자체등급분류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6월 이후 2024년 9월까지 총 7,243편을 사업자들이 자체 등급분류했으며, 영등위 사후모니터링 결과 등급분류 적절성은 97% 수준이고 사후조치 비율도 3% 이내로 나타나 비교적 잘 안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OTT 본편에만 한정하고 있는 자체등급분류제도를 OTT 광고물 및 뮤직비디오 등 타분야로 확대하여 콘텐츠 유통 및 제작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며, 글로벌 OTT 등 다양한 영상물 플랫폼 사업자를 자체등급분류 제도 내로 포섭하기 위해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하였다.
OTT의 영향력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관련하여, 이 교수는 “OTT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심의기준을 마련하고, 청소년관람불가 콘텐츠에 대한 개별 인증 등 청소년 보호 장치 강화, OTT 사업자 사후평가 및 재지정 기준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 방대한 유해 콘텐츠 차단, AI로 해결한다 -
두 번째 발제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등급분류에 대해 논의하였다. 정영진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을 통해 방대한 콘텐츠가 빠르게 유통됨에 따라 청소년들의 유해 콘텐츠 노출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영상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유해한 콘텐츠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정 교수는 “일부 포털 및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음란물 등을 필터링하는 AI 모델을 개발하여 운영 중이며 높은 적중률을 바탕으로 유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차단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등급분류 모델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등급분류를 위해 제출된 영상물을 인공지능 학습데이터로 사용하기 위한 저작재산권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연령등급과 관련된 정보를 상세히 태깅하는 형태로 등급분류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영국영화등급분류위원회(British Board of Film Classification, BBFC)의 마르타 에데볼(Marta Edebol)은 ‘AI를 활용한 글로벌 등급분류 서비스’에 대해 발표하였다. 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젝트는 사람이 작성한 등급분류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의 현지 연령등급이 도출되는 새로운 등급분류 모델이다.
김병재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
- 유해 콘텐츠 노출된 청소년, 영상물 리터러시 교육 시급 -
세 번째 주제로는 영상물 등급분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박세진 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는 “영등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은 하루평균 4시간 30분 이상 영상물을 시청하고, 최근 1년 이내 유해 영상물 시청을 하지 않은 학생은 23.6%에 불과했고, 유해 영상물을 처음 접하는 시기는 75%가 중학교 입학 전”이라며, “어린이, 청소년의 성장과정에서 유해한 미디어 과다 노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영상물 교육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영등위가 등급분류제도를 활용하여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교육내용이 단순하고 체험중심으로 진행되어 한계가 있다”면서 “영상물 전반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영상 리터러시’ 교육으로 확장하고 등급 중심의 전문교재를 개발하여 내실있는 교육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유아의 미디어 사용시간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교육대상을 유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영등위는 이날 포럼을 통해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등급분류가 유해한 영상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등급분류를 활용한 영상 리터러시 교육 확대에 힘쓰기로 했다. 또한 인공지능을 통한 등급분류와 유해성 차단, OTT 영상물 자체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개선방안을 통해 사후관리와 미디어 교육 전문기관으로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