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령관이었던 육군총장의 수모[신대원의 軍플릭스]

국회 국방위…주요 현안에 “몰랐다” 답변 되풀이
사의 표명했지만 尹 “안정적 군 운영 필요” 반려
야당의원들로부터 ‘당신’·‘패싱’·‘6시간짜리’ 질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당신’, ‘6시간짜리 계엄사령관’ 등의 말을 들어가며 굴욕적인 수모를 받아야 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총장, 나는 총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앞으로 ‘당신’으로 호칭하겠다”고 말했다.

박 총장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던 비상계엄 선포와 헌법에 위배되는 포고령, 계엄군의 국회 난입 등으로 형법상 내란죄 혐의 적용까지 거론되는 비상계엄 사태의 또다른 주역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국민을 향해 총칼을 겨누고 계엄령을 실행한 계엄사령관으로서의 소감을 묻기도 했다.

이에 박 총장은 “국민들에게 총칼을 휘두르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안 의원은 박 총장에게 “당신은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되고 단두대에 처단해야 할 인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범계 의원은 박 총장을 ‘6시간짜리 계엄사령관’이라고 부르며 질의를 이어갔다.

박 의원은 박 총장 명의로 포고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1항에서 국회를 비롯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데 대해 헌법에서 비상계엄시 행정권과 사법권만 조치할 수 있고 입법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돼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이것만으로도 이미 위헌, 위법”이라며 “내란죄임을 모르고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총장이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런 것을 들은 것 같다”고 대답하자, 박 의원은 다시 “능력이 안됐다. 그래서 무능하다는 얘기냐”고 질타했다.

박 총장은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사실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연 뒤 얘기해 알았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당시 박 총장에게 윤 대통령으로부터 지휘권한을 위임받았다며 계엄사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했다.

박 총장은 의원들의 연이은 질문에 “몰랐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기도 했다.

그는 누가 계엄군의 국회 투입을 지시했는지, 언제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했는지, 계엄군 편성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계엄군에게 실탄이 지급됐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정확하게 모른다”, “진짜 모른다”, “몰랐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 등의 답변을 반복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박 총장이 계엄군 핵심인사들로부터 사실상 ‘패싱’ 당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박 총장은 포고령을 처음 받아보고 김 전 장관에게 위법 요소가 없는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미 검토가 완료된 사안”이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계엄사령관은 계엄법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고, 계엄사령부직제 대통령령에 따라 계엄사의 장으로서 계엄업무를 집행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하는 무소불위의 자리다.

그런데 이날 발언대로라면 긴박하게 상황이 돌아가던 12·3 비상계엄 당시 그는 ‘허수아비 계엄사령관’에 불과했던 셈이다.

앞서 육사 40기로 박 총장(육사 46기)의 육사 선배이자 육군역사연구소장을 지낸 한설 예비역 육군 준장은 박 총장의 계엄사령관 임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추후 국가반역의 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본인을 위해서나 군을 위해서나 계엄사령관 직을 거부하라”고 조언했다.

또 “지금 군복을 벗은 것이 본인에게 명예롭고 군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군의 지도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평생을 후회하면서 보낼지 잘 선택하기 바란다. 개인뿐만 아니라 군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잘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이날 박 총장이 전날 김 전 장관을 통해 표명한 사의를 반려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오늘 박 총장의 사의 표명을 반려한다”며 “대통령은 최근 엄중한 안보상황 하에서 안정적인 군 운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육군참모총장으로서 임무수행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육군본부 작전과장, 제2작전사령부 교훈처장, 지상작전사령부 작전계획처장, 육군 제39사단장, 육군 제8군단장,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을 역임했다.

국방부는 박 총장을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하면서 “전후방 다양한 유형의 야전부대 지휘관 경험으로 탁월한 조직관리 및 작전지휘 능력을 보유했다”며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한 교육훈련 혁신을 통해 강한 정예육군 건설을 선도할 최적임자”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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