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에서 암살당한 미국 최대 건강보험회사 총수…“청부살인 가능성”

미국 최대 의료서비스 기업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50)이 4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EPA·유나이티드헬스케어]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시가총액이 5621억달러(약 794조)에 이르는 미국 최대 건강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50)은 이날 오전 6시46분쯤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 호텔 근처에서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CEO 피살 장면 [CCTV 영상 갈무리]

용의자는 범행 10분 전 사건 현장에 도착해 인근 6번가의 스타벅스 매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톰슨을 발견하자 톰슨 뒤로 다가가 총격을 가했다. 총격범은 여러 발을 발사했고, 등과 다리 등에 총상을 입은 톰슨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시 12분쯤 사망했다.

제시카 티쉬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은 뻔뻔한 표적 공격”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용의자를 지나쳤지만, 그는 표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총격범은 공용 자전거인 ‘시티바이크’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으며 센트럴파크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청부에 의한 계획적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보험사의 CEO는 업무 특성상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톰슨의 아내인 파울렛 톰슨은 “남편이 몇몇 사람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경찰이 공개한 범행 직전 용의자 모습 [AP]

사건 현장에서는 9㎜ 실탄 3발과 9㎜ 탄피 3개, 휴대전화 등이 발견됐는데, 탄피에는 ‘거부’ ‘방어’ ‘증언’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술을 나타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연, 거부, 방어’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고 청구를 거부한 다음 자신들의 행동을 방어한다는 의미다.

톰슨은 2004년 유나이티드헬스그룹에 입사해 CEO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7년 아이오와대에서 회계학 학사학위를 받았고, 대형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7년간 일했다. 이날 오전에는 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연례 투자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톰슨이 세상을 떠난 것에 깊은 슬픔과 충격을 받았다”며 “그는 모든 이들에게 매우 존경받는 동료이자 친구였다. 그의 가족과 가까웠던 모든 이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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