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파’ 여인형 계엄사 지휘계선 무시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뒤 무장한 계엄군이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진입했다.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개최한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10여명의 계엄군이 들어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행동 감시 및 출입 통제를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이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비상계엄 사태 주도 측은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이번 비상계엄 기획부터 실행까지를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에 대해 언론을 통해 윤 대통령의 뜻이었다며 부정선거 의혹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언급대로 윤 대통령은 보수진영 내에서도 일부 극우 유튜브를 중심으로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와 개표조작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으며 선관위 자체에 대한 반감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처음 만난 날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 보내가지고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계엄군이 비상계엄 당시 긴박한 상황 속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권을 지닌 국회보다 오히려 선관위에 먼저 진입한 것도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것은 4일 자정이 넘은 0시 7분께였으나 선관위 진입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 낭독 직후인 3일 10시30분께 이뤄졌다.
선관위 과천청사뿐 아니라 서울 관악청사와 경기 수원 선거연수원에도 총 300여명의 계엄군이 진입했다.
선관위 과천청사 110여명, 관악청사 47명, 수원 선거연수원 130여명 등이다.
계엄군은 선관위 과천청사 내 정보관리국 산하 통합관제센터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선거정보 등 데이터와 서버를 관리하는 곳이다.
일부 극우보수진영에서는 이곳을 부정선거 수사 대상으로 지목해왔다.
계엄사가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진입한 것을 두고는 선거 여론조사와 함께 최근 급락한 대통령 국정지지율 등을 염두에 두고 여론조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도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정선거 증거 확보를 넘어 이를 통해 22대 국회를 무력화하고 아예 새로운 입법부를 꾸려 비상계엄체제를 뒷받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헤럴드경제에 “선관위에 상당히 많은 계엄군이 갔는데 정당한 선거를 짓밟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전면적인 보궐선거를 실시하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 “대선과 총선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가져가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으로 처벌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근거 내지 자료를 확보하려 한 것”이라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다 구금해놓고 윤석열이 원하는 쪽으로 국회를 구성해 계엄 이후 필요한 입법조치를 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계엄사의 선관위 진입 역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여 방첩사령관의 전화를 받고 선관위에 경찰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여 사령관은 “경찰하고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수사관을 준비해달라”면서 “우리가 선관위 쪽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조 청장이 전했다.
여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성공했을 경우 계엄사에서 수사 업무를 전담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을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다.
반면 계엄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고 계엄업무 집행과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하는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선관위에 병력이 투입된 줄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여 방첩사령관이 계엄사 지휘계선을 무시하고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계엄사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진입한 것은 이번 비상계엄의 또 다른 위헌, 위법 논란 여지를 남기고 있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전날 계엄사 진입과 관련 “헌법적으로 과연 계엄법상 맞는 것인지 굉장히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또 “계엄군이 왜 선관위에 진입했는지는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선관위는 계엄법 대상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계엄이 이뤄진다고 해서 선관위 업무를 계엄사에 이관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