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대혼란 여파로 국내 증시가 고전하는 가운데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사상 최초로 10만달러를 돌파했다. ‘친(親)비트코인’을 내세운 ‘트럼프 트레이드’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이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위상을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 ‘가상화폐·AI 차르’에 기술 투자자 데이비드 삭스를 지명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4일(현지시간) 10만달러(약 1억4150만원)선을 ‘터치다운’했다.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처음 세상에 나온 지 15년, 2017년 11월 사상 처음 1만 달러를 돌파한 지 7년 만이다.
비트코인은 1월 미 당국의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힘입어 7만3800달러까지 급등했고, 미 대선에서 ‘비트코인 대통령’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힘입어 10만달러돌파라는 새 역사를 썼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을 견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폴 앳킨스(66) 전 SEC 위원을 지명하면서다. 당일 비트코인은 지지부진했으나, 친(親)가상화폐 인사로 꼽히는 앳킨스 지명 소식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같은날 뉴욕타임스(NYT) 주최로 열린 ‘딜북 서밋’ 행사 대담에서 “비트코인은 가상이고 디지털이지만, 금과 같다”고 언급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비트코인이 10만달러를 돌파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비트코이너(비트코인 소유자) 축하한다”라며 “$100,000!!!”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다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썼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을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내년 말 비트코인이 20만달러까지 치솟는다는 낙관론과 함께 단순 심리요인이 작용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이 맞선다.
미 CNBC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트은행은 2025년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약 20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자산으로 점점 채택되는 등 주류 금융 시스템에 수용되면서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비트코인 공급은 한정적이지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봤다.
반면 댄 코츠워스 런던 투자 애널리스트는 “10만달러를 돌파했다 해서 비트코인이 주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가격 상승은) 단순히 심리적 요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테조스 코인 창립자 캐슬린 브레이트먼도 “비트코인은 특정 국면에 따라 바뀌는 경향이 있으므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