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치구역 주민, 리모델링 추진
“길 건너 5분 거리인데 집값이 5억원 더 비싸요. 역세권 아파트의 입지가 더 우수하다고 생각해 매수했는데 불과 몇 년 만에 수억 원 격차가 벌어질 줄 몰랐어요.” (성수동 주민 A씨)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아파트 단지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9년 성수동 한강변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재개발 예정구역과 존치구역을 구분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각 구역에 있는 아파트 단지 간 몸값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존치 구역 주민들은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리모델링 추진에 나섰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동구 강변건영 아파트는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리모델링 절차에 착수했다. 추진위는 내년 3월 조합 설립 인가를 목표로 주민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다.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려면 주민 동의율 66.7%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추진위는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가구 수의 15% 이내인 87가구를 일반분양으로 확보하고, 전용면적 85㎡ 이상 주택을 기존보다 30%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변건영은 2002년 준공된 최고 25층, 6개동, 580가구 규모 단지다. 성수전략정비구역 맞붙어 있고, 분당선 서울숲역과 인접한 초역세권 단지다. 서울숲과 한강 접근성이 우수하지만 주변 아파트와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변건영 전용 84㎡는 지난 8월 22억5000만원(17층)에 손바뀜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강변동양 전용 84㎡가 지난 8월 27억6000만원(9층)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5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주민들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각 단지가 재개발 구역과 존치 구역으로 나뉘어서다. 성수동 일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따라 2009년 처음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성수지구 안에 자리 잡은 강변건영·한진타운·두산위브·대명루첸 등은 사업성·추가분담금 문제로 주민들이 반대해 재개발 구역에서 빠졌다. 하지만 사업이 10년 이상 표류하면서 주택이 갈수록 노후화됐고, 재개발 구역 단지와의 가격 차도 커져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최근 강변건영 리모델링 추진위는 주민들에게 “성수동 일대 재개발,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 등으로 강변건영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올라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해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 등 무엇이든 행동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라고 공지하며 재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리모델링은 허용 연한이 15년으로, 30년인 재건축에 비해 짧아 비용·기간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강변건영과 마주하고 있는 ‘서울숲 한진타운’도 지난해부터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서울숲 한진타운은 1994년 완공된 최고 17층, 5개동, 378가구 규모다. 용적률은 294.06%다. 재건축 최소연한(준공 후 30년)을 충족하지만 사업성을 이유로 리모델링 방식을 선택했다. ‘1 대 1’ 재건축을 할 경우 가구 수가 줄어들고 일반분양을 통해 얻는 개발이익이 없어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