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속 직무수행시 극단행동 우려”
韓 입장선회로 통과 가능성 높아져
이재명 “역사적 국면 여야대표 만나자”
여야 비상의총서 탄핵안 표결 논의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이 조만간 결정된다. 윤 대통령의 탄핵 표결을 앞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이 음영으로 대비돼 갈림길에 선 한국 정치 현실을 반영하는 듯 하다. 이상섭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당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5일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 것을 뒤집어 ‘가결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의 입장 선회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관련기사 2·3·4·5·6·16·18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대표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되는 건 과연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하신 말씀인지, 원외 개별 인사 입장에서 하신 말씀인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권고드린다”며 한 대표와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개최한 당 긴급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지난 계엄령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 세력이란 이유로 모교 후배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한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그렇게 체포한 정치인들을 경기도 과천 수감 장소에 수감하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며 “어제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준비 없는 혼란과 지지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탄핵이 통과되지 않게 노력한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최근 드러난 사실 등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날(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위헌적 계엄을 옹호하려는 게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준비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을 막겠다고 한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군 관계자 인사조치조차 하지 않고 있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조차 인사조치 안 했다”며 “이번 불법 계엄을 잘못이라고 인정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면 이번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며 “그로 인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큰 위험에 빠트릴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오직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국민만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저는 믿는다”고 덧붙였다.
여당 수장인 한 대표의 입장 선회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결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의원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 것인데, 탄핵소추안 발의에 참여한 인원 및 구성원 수와 108명인 국민의힘 의원수 등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여당 의원 최소 8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결정적 변수가 여당 표결 결과인 셈이다.
민주당은 당초 7일 오후 7시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되돌아온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함께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을 위해 만일 여당이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 야당 단독으로 재표결을 통해 김 여사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한 법안 재표결의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할 경우 가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한 대표의 입장 선회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일정 자체를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일정 결정 권한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갖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 대표의 바뀐 입장을 확인한 후 “지금 이 순간이라도 만나야 한다”며 “중대한 역사적 국면에서 여야 대표가 당연히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진 못할지라도 정말로 국민과 국가를 맨 위에 두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의논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한 대표가) 탄핵에 찬성한다는 말씀처럼 들리기는 하는데, 언제 또 ‘그런 뜻은 아니고’라고 말할지 모르겠다”며 “말장난으로 끝나질 않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조만간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든 그렇지 않든, 정국이 대혼란 상태에 빠지면서 향후 여진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 이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 국면이 조성된 것 자체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1당인 민주당이 결단하면서 가닥을 잡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 관련 입법 처리는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수면 밑으로 내려 앉은 상황이다.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긴 2025년도 예산안 처리 역시 밀리고 있어 준예산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나아가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치권 리스크’가 사회 전반에 확대되면서 기업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의 동력을 떨어뜨린 것이야말로 당장 해소할 수 없는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한편 이날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6%로 집계돼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반영된 4∼5일 집계 기준으로는 13%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16%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주 조사보다 3%P 하락한 수치이자 집권 이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율은 75%로 집권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대통령 직무 평가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사태를 전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3일에는 긍정 19%, 부정 68%였으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4~5일 기준 윤 대통령 지지율은 13%로 하락했고, 부정 평가율은 80%로 올랐다. 안대용·신현주·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