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AP] |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대혼란 여파로 국내 증시가 고전하는 가운데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사상 최초로 10만달러를 돌파했다. ‘친(親)비트코인’을 내세운 ‘트럼프 트레이드’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이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위상을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 ‘가상화폐·AI 차르’에 기술 투자자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명했다.
데이비드 색스 [로이터] |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명 소식을 전한 뒤 “데이비드는 미국 경쟁력의 미래에 중요한 두 가지 분야인 AI와 가상화폐에 대한 행정부 정책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들 분야에서 미국이 확실한 글로벌 리더가 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온라인 의견 표명의 자유를 보장하고, 빅테크 기업의 편견과 검열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색스는 가상화폐 업계가 요구해온 명확성을 확보하고 가상화폐 업계가 미국에서 번창할 수 있도록 법적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그는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색스는 차기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에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다.
비트코인 추이 |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4일(현지시간) 10만달러(약 1억4150만원)선을 ‘터치다운’했다.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처음 세상에 나온 지 15년, 2017년 11월 사상 처음 1만 달러를 돌파한 지 7년 만이다.
비트코인은 1월 미 당국의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힘입어 7만3800달러까지 급등했고, 미 대선에서 ‘비트코인 대통령’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힘입어 10만달러돌파라는 새 역사를 썼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을 견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폴 앳킨스(66) 전 SEC 위원을 지명하면서다. 당일 비트코인은 지지부진했으나, 친(親)가상화폐 인사로 꼽히는 앳킨스 지명 소식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같은날 뉴욕타임스(NYT) 주최로 열린 ‘딜북 서밋’ 행사 대담에서 “비트코인은 가상이고 디지털이지만, 금과 같다”고 언급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5일(현지시간) 비트코인 10만달러 돌파를 기념해 SNS에 올린 축하글. [트루스소셜 캡처] |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비트코인이 10만달러를 돌파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비트코이너(비트코인 소유자) 축하한다”라며 “$100,000!!!”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다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썼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을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내년 말 비트코인이 20만달러까지 치솟는다는 낙관론과 함께 단순 심리요인이 작용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이 맞선다.
지난 7월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
미 CNBC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트은행은 2025년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약 20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자산으로 점점 채택되는 등 주류 금융 시스템에 수용되면서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비트코인 공급은 한정적이지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봤다.
반면 댄 코츠워스 런던 투자 애널리스트는 “10만달러를 돌파했다 해서 비트코인이 주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가격 상승은) 단순히 심리적 요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테조스 코인 창립자 캐슬린 브레이트먼도 “비트코인은 특정 국면에 따라 바뀌는 경향이 있으므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