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표결 7시간 전 사과…“책임 회피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4일 새벽 후 처음으로 입장 밝혀

“정국 안정방안, 당에 일임할 것”

‘송구·사과’ 표현…“절박함서 비롯”

탄핵소추안 표결 전 ‘반전 카드’ 되나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묵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입이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7일) 오전 처음으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하며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국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며 2선 후퇴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10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발표, 4일 새벽 계엄 해제 발표 담화 이후 침묵을 이어왔다.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윤 대통령은 담화문을 읽은 뒤 별도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브리핑룸에 기자들은 배석하지 않았다.

이날 담화문에서는 ‘송구’, ‘사과’라는 표현이 총 세 차례 담겼다. 윤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12월 3일 밤 11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약 2시간 후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군의 철수를 지시하고 심야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해제했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담화문 맨 마지막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 전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달라는 여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추가적인 계엄 발동에 대해서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또다시 계엄이 발동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습니다마는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서 제기하는 하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안팎으로도 “하야는 없다”는 입장이 강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2선 후퇴를 시사했다. 또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여권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임기’를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를 열어뒀다. 비상거국내각 구성에 대해서도 언급은 없었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최선의 방식을 논의하고 고민할 것”이라며 “총리와 당이 민생 상황이나 중요 상황을 긴밀히 논의해서 민생이 고통 받고 대외 상황이 악화되는 일은 막겠다”고 덧붙였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약 7시간 앞두고 윤 대통령의 담화가 나오면서 여론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일 정치권에서는 탄핵소추안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일 한 대표는 “새롭게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한 바 있다.

한 대표가 사실상 탄핵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여권 요구를 수용하면서 여권 내 분열을 봉합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국민 배신감과 분노를 더 키우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먼저 재표결에 부친 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언론에 보낸 공지를 통해 이같은 순서로 의사일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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