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0세·빅토리아 여왕…한국 땅 밟은 서양사 고혹의 보석 [요즘 전시]

빅토리아 여왕이 포르투갈의 스테파니 여왕에게 선물한 팔찌 [롯데뮤지엄]


발레리오 벨리가 만든 그리스도와 전도사의 십자가 [롯데뮤지엄]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로마 교황 레오 10세가 이 십자가를 만들도록 명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실제 십자가 유물인 성십자가의 일부가 담겨 있다고 바티칸에서 공식 인정했어요.”

한국을 찾은 일본 보석 수집가 아리카와 가즈미가 르네상스 시대 ‘보석 조각의 라파엘로’라 불린 발레리오 벨리가 만든 ‘그리스도와 전도사의 십자가’를 가리켜 이같이 전했다. 전시장을 찾은 이 십자가는 현존하는 벨리의 십자가 3점 중 한 점. 당시 보석 중 가장 고가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머지 두 점은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V&A) 박물관과 바티칸 미술관에 있다.

5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시 간담회에서 주얼리 컬렉터 카즈미 아리카와가 전시를 설명하는 모습. [연합]


지난 40여년 간 모은 아리카와의 보석 수집품을 소개하는 ‘보석의 예술: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전이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을 찾은 208점의 전시작은 기원 전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시대별 서양 역사를 보석으로 살펴볼 수 있는 컬렉션으로 구성됐다. 아리카와는 “지금까지 보석은 여성의 단순한 장식품이나 사치품으로 생각돼 왔다”며 “하지만 나는 보석이 더 깊은 본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석은 영원성과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 머리로 이해하며 지식을 얻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있는 그대로를 느껴달라”고 덧붙였다.

전시작 중 가장 고가품은 티아라 섹션의 하이라이트인 독일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파뤼르다. 파뤼르는 티아라와 목걸이, 귀걸이, 팔찌, 브로치가 한 세트를 이루는 장신구를 말한다. 100개가 넘는 천연 핑크 토파즈와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파뤼르는 당시 귀족 계층의 화려한 미적 취향과 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나폴레옹 1세가 바사노 공작에게 선물한 브로치 [롯데뮤지엄]


이밖에도 역사책에서 볼 법한 서양 주요 인물들의 초상이 새겨진 귀한 보석도 만날 수 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3세 초상이 새겨진 푸른 사파이어의 인장 반지,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 초상이 새겨진 에메랄드 펜던트,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자신의 초상을 담아 조카에게 선물한 팔찌, 프랑스 나폴레옹 1세가 다이아몬드 월계관을 쓴 자신의 초상을 새겨 바사노 공작에게 선물한 브로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의 공간 디자인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쿠마 켄고가 맡았다. 쿠마가 보석의 결정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두 점의 작품도 전시장 입구 로비와 휴식 공간 천장에 배치됐다.

전시는 내년 3월 16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기준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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