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특검 추진 주목…정상가동까지 잡음 불가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연합] |
[헤럴드경제=윤호·박준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내란혐의 수사가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의 경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서둘러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긴급체포와 압수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한발늦은 공수처는 검경에 사건을 이첩해달라고 요청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중구난방으로 이어지는 수사에 따른 비효율성이 지적되면서 궁극에는 특검이 ‘해결사’로 나서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특검 구성에 상당기간이 소요돼 세 기관의 중복 수사를 두고 한동안 잡음이 일 것으로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내란죄가 직접 수사 범위는 아니지만 자신들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직권남용죄와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검사의 직접수사 범죄인 부패 범죄와 직접관련성이 있는 경우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 고위 간부들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봉쇄에 경력을 투입한 혐의로 고발된 만큼 ‘셀프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검찰은 지난 8일 새벽 비상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조사한 뒤 긴급체포했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후 이르면 9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계엄부사령관을 맡았던 정진팔 합동참모차장(중장)과 국회로 출동했던 이상현 1공수여단장(준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반면 경찰은 내란죄의 경우 명백하게 경찰의 수사 관할인 데다, 압수수색 영장을 먼저 발부받아 진행한 만큼 수사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의 비상계엄 합동수사본부 구성 제안도 거절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연루된 사건을 검찰이 맡을 경우 신뢰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민석 최고위원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경 양측 수사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한 뒤 특별검사 수사가 이어져야 한다며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오전 전담 수사팀 수사관 50여명을 한남동 국방부 장관 공관, 국방부 청사 장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수본은 또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김준영 경기남부청장 등 4명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확보해 포렌식 작업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는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등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기관인 만큼,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할 적임자라고 자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복 수사 문제가 있을 때 공수처의 이첩 요구에 해당 수사기관이 응할 필요가 있다는 공수처법이 강조됐다. 공수처는 고질적인 인력난을 의식해 수사 인력 전원(처·차장 포함 검사 15명, 수사관 36명)을 투입하겠다는 구상도 전달했다.
다만 검찰과 경찰이 이같은 공수처의 이첩 요청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공수처법은 이첩 요청을 받은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위반 시 제재 규정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은 수사권 조정 후 존재감 과시 기회로, 검찰은 위기 속 여론 불신 해소 기회로, 공수처는 그간 부족한 성과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 각각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궁극에는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를 특검이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이 내란 관련 상설특검과 일반 특검을 병행 추진하는 만큼 특검이 통과되면 수사를 넘겨받아 교통 정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상설특검 임명을 미루거나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상적으로 가동되더라도 물적·인적 구성을 위한 준비 단계에 한달에서 석달가량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빠른 구성이 관건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