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속 ‘대왕고래’ 시추선 부산 입항…시작부터 동력 상실 불가피

웨스트 카펠라호, 영도 앞바다 정박…17일께 시추장소로 출발
내년 3월 최종 계약 앞둔 체코원전,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소송 합의 과제 앞둬


동해 석유·가스 유망구조 도출지역 표기된 이미지.[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구조를 일컫는 ‘대왕고래’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9일 오전 부산외항에 입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 이후 이어진 탄핵정국 속에 시작 단계부터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웨스트 카펠라호는 부산 영도 앞바다 인근인 부산외항에 정박한 뒤 보급기지인 부산신항으로부터 7∼8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들을 선적할 계획이다. 보급 작업을 마치면 오는 17일께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들어간다.

정부는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시료 암석층을 확보하는 데까지 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본다. 시료의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검층 (mud logging) 작업은 세계 1위 시추기업인 슐럼버거가 맡았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직접 개발 의지를 피력할 만큼 현 정부의 상징적인 정책 과제로 꼽혔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해당 사업의 타당성 등과 관련한 논란이 일자, 유망성 평가를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를 한국으로 긴급히 불러 기자회견을 진행할 정도로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해제, 이후 탄핵정국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두 기관은 이날 웨스트 카펠라호의 입항 사실을 알리는 공식 보도자료도 내지 않은 채 조용히 시추 작업을 준비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에서 단독 처리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에서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원이 전액 삭감된 터라 산업부와 석유공사로선 시추 비용 조달 방안을 찾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는 혼란스러운 정국에도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기 전까지 국회를 대상으로 첫 시추 예산의 필요성을 설득할 방침이다.

당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봤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에는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과 임기 단축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 이후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국정 과제로 여겨지는 대왕고래 가스전 개발이 동력을 이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차 탐사시추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 외자 유치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진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가스전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전방위로 파악해보려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는 것인데 그것에는 조금 타격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간 계약의 성격이 강한 체코 신규 원전 수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원전 수출도 윤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로 야당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후폭풍 속에서 내년 3월 정부간 최종 계약을 앞둔 체코 신규 원전 수출도 영다. 체코 전력 당국은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를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한국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체코 원전 수출을 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을 놓고 법정 소송 중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올 7월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미국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수출 통제 대상인 미국 원전 기술을 외국에 이전할 경우 미국 에너지부 허가 및 신고 의무를 부과한 미국 연방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웨스팅하우스가 해당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며 1심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웨스팅하우스는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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