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는 중국에 덜 강경할 가능성 있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 HIC]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사실에 대해 중국은 공식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내심 깊은 우려를 품고 있다. 사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보다 반드시 중국에 불리할 이유는 없다. 트럼프가 중국과의 화해를 선택할지, 아니면 계속 분리를 추진할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당시, 중국 지도부는 미중 관계가 트럼프의 강경 억제 정책에서 벗어나 개선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무엇보다 미국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하며 중국을 실망시켰다. 이는 백악관에 누가 있든 미중 전략적 경쟁이 계속될 것임을 중국이 깨닫게 했다.

우선 중국에 긍정적인 시나리오부터 살펴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몇 가지 이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가 거래를 선호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2019년 12월, 당시 중국 부총리였던 류허는 트럼프와 이른바 ‘1단계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이 합의는 미국의 일부 관세를 철회하는 대신 미국산 제품 6000억달러어치를 중국이 수입하고, 특히 금융 부문에서 미국 기업에 우대 접근권을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을 포함한 중국의 다른 수출국들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더 나은 접근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금융기관들도 1단계 무역 합의를 통해 중국 금융 부문에 특혜 접근권을 얻었다.

둘째, 트럼프의 고립주의 정책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전통적 미국 동맹국들이 다른 곳에서 지원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과의 관계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인도는 트럼프 집권 이전부터 이미 변화를 보였다. 예를 들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모디 총리와 시 주석이 회담을 가진 바 있다. 반면 일본과 호주는 백악관 주인이 누구이든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시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밝혔다. 신속한 해결책은 러시아의 요구를 일부 혹은 많은 부분 수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중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 미국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 동맹국들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현재 북한군이 러시아 편에 서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더 일반적으로 트럼프의 승리는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의 쇠퇴와 민주주의의 부패라는 내러티브를 퍼뜨리기 쉽게 만들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BRICS 같은 기존 구상을 넘어,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와 레바논에 대한 군사 공격 이후 글로벌 사우스에서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보다 국제 파트너들에게 협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게 제공하고, 더 거래 중심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사우스를 중국에 더 가까워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선은 중국에 높은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출품에 대해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과의 경제적 분리를 전반적으로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첫 임기 동안,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개혁으로 요구 사항이 강화되면서 미국 내 중국 투자 규모는 급감했다. 트럼프가 중국 기업들에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를 위협하면서, 이들은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주저하게 됐다. 인적 교류도 특히 자연과학 분야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더 어려워졌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서도 관세를 넘어 기술, 금융, 인적 교류에서의 분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의 관세에 보복할 여지가 크지 않을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2단계 합의’에 동의하려면, 중국은 2019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고, 더 많은 분야에서 미국 기업에 우대 접근권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제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접근법이 중국에 대한 접근법보다 나을지, 혹은 더 나쁠지에 있다. 마르코 루비오와 같은 안보 강경파를 기용한 트럼프의 인사 결정은 미국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임을 암시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주요 인사들이 월스트리트 고위 인사들이거나, 사업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첫 번째 관세 발표는 중국에 대해 비교적 온건했다. 60%가 아닌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된 60%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은 인공지능(AI) 혁명이 진전됨에 따라 더욱 중요해진 고급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핵심 역할을 시작으로 전략적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 또한, 이처럼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자립 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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