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불참’ 불난 여론에 기름 부어
野 “헌정질서 파괴 또 다른 쿠데타”
與 내홍 심화…‘벚꽃대선’ 찬반까지
경찰 특수단 尹대통령 출금 검토
리얼미터, 尹 지지율 17.3% 최저치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한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과 한동훈 대표·한덕수 국무총리의 ‘2인 공동 국정운영 체제’발표의 후폭풍이다. 여기에 여당 내에서도 사태 수습방안을 놓고 이견이 분출되고 있다. 사진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트 사이로 본 국민의힘 당사 모습 이상섭 기자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 이후 깊은 수렁에 빠졌다. 표결 불성립을 낳은 ‘탄핵안 투표 불참’ 결정에 이어 사실상 ‘2인 공동 국정운영 체제’로 비춰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는 ‘위헌·위법’ 지적과 함께 여론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대국민담화 내용을 “헌정질서를 파괴한 또 다른 쿠데타”로 규정한 야권에서는 14일 두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목표로 각종 탄핵안 및 특검 발의를 추진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섣부른 대응이 화를 불렀다”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사태 수습 방안을 놓고 이견이 분출되며 내홍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 대표와 한 총리의 지난 8일 대국민담화는 비상계엄에 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질서있는 대통령 조기퇴진’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후자는 윤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한 국정운영에서 손을 떼고, 당과 정부가 ‘주 1회 이상’ 정례회동을 통해 국정을 살피겠다는 일종의 ‘책임총리제’다. 탄핵이 국가 경제·외교 등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란 취지지만,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즉각적으로 ‘위헌’ 지적이 제기됐다. 탄핵이나 하야, 유고 등 신변의 중대한 이상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 아님에도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가 자의적으로 권한을 대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2·3·4·5·6·8·10·12·16·18·20면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인 만큼 ‘내란죄’ 수사 대상자라는 지적, 비선출 권력이자 특정정당 대표인 한 대표의 국정 공동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이 12월 3일의 1차 국가 내란 사태도 모자라서 2차 내란을 획책하고 있다”고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유고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잠시 ‘2선 후퇴’를 시키고,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가 나눠서 같이 행사하겠다는 이런 해괴망측한 공식발표를 어떻게 할 수가 있나”라며 “이거야말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또 다른 쿠데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의 안위와 영화를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특히 경제를 망치는 이런 행위를 그만둬야 합니다”며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어 “여당은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상한,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고 이번 토요일(14일) 탄핵 의결에 참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하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5~6일 실시해 9일 발표한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7.7%포인트 내린 17.3%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취임 후 첫 10%대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도 6.1%p 하락한 26.2%로 조사됐다. 민주당(47.6%)과 국민의힘의 격차는 21.4%에 달했다(응답률 4.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국정 운영 동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내홍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당의 총의를 모으지 않은 대국민담화 내용을 지적하며 “한 대표가 ‘오버’를 했다. 자기가 뭔데 대통령의 직무에 대해 이야기하나”라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진들 사이에선 (한 대표가) 혼란을 수습하지 못할망정 더 가중시킨 부분에 대한 성토가 적지 않다”라며 “(당이 아닌) 대통령이 하야든, 개헌이든, 책임총리제든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고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강행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2심 재판을 받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탄핵이나 내란죄 수사 발표로) 대통령 직무대행을 해야 할 상황이 오기 전에 국정 공백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했다.
4선의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양산을)은 페이스북에서 “질서있는 퇴진의 유일한 방법은 탄핵보다 빠른 조기대선이다. 답은 벚꽃대선”이라고 하기도 했다. 5선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통화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겠다는 것이냐”라며 “벚꽃대선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추가 탄핵안 및 특검 발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추가 ‘감액 칼날’에도 대응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여야 원내 협상을 지휘할 원내지도부가 공석이다. 추경호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도 일제히 사직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윤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수사 가능성에 대해 “수사 대상에는 인적·물적 제한이 없다”고 했다. 김진·신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