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에 개미들도 던졌다…나흘간 한국증시 시총 140조 증발 [투자360]

탄핵 불발에 개미들 투매…이틀간 순매도액 1조
코스피·코스닥 나란히 장중 연저점
과거 탄핵시 주가는 글로벌 경기에 연동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에 대한 자본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하락 출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8원가량 오른 1,420원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불발된 뒤 정국 혼란에 대한 불안 심리로 국내 증시가 9일 연저점을 기록했다.

수출 경기 둔화와 트럼프발 리스크에도 저가 매수세로 바닥을 떠받치던 개인 투자자들마저 투매 양상을 보이면서 증시의 동력이 상실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은 단기적 변수로서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우선할 수 없는 만큼 정국 해법 도출 이후 증시가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7.58포인트(2.78%) 하락한 2,360.5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35.79포인트(1.47%) 내린 2,392.37로 출발해 장중 2,360.18까지 내려 지난해 11월 3일(2,351.83)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32포인트(5.19%) 하락한 627.01에 장을 마치며 4년 7개월여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날 장 마감 시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2246조1769억원으로 계엄선포 이튿날인 4일 이후 144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개인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1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그나마 외국인은 이날은 200억원대 소폭 매수 우위로 전환했지만, 코스피200 선물은 400억원 넘는 매도 우위다.

4일과 5일 각각 3400억원, 1600억원을 순매수한 개인은 지난 6일에는 580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4000억원이 넘는 매도 우위로 투매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의 매도세에 개인까지 ‘팔자’로 돌아서면서 당분간 지수 반등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김지원·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연장됐다”며 “이로 인해 증시와 외환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정국 시나리오별로는 탄핵안 가결과 헌재 인용, 조기 대선 국면으로의 전환이 그나마 가장 증시 친화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는 이 경우 정치 리스크 경감을 반영해 코스피 전망치를 2,400~2,700으로 제시했다.

반면 현재처럼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여야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 저항이 확대할 경우 코스피는 하향세가 장기화하며 2,300~2,600선을 형성할 것으로 우려했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2차 비상계엄 발령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코스피는 2,200~2,400선까지 밀려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과 별개로, 앞선 두 차례 탄핵 사태를 볼 때 최근의 증시 하락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기각까지 코스피는 11.6% 하락했으나,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의결 이후 헌재의 인용까지 코스피는 3.6% 상승한 것을 볼 때 탄핵이 지수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반론이다.

이들은 2004년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동반 기준금리 인상이 증시 하락의 배경이 됐고, 2016년의 경우 수출 경기 호조가 증시 상승의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과거 탄핵 사례에서 금융시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시 단기적으로 불확실성 해소로 반응했으며 이후에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연동되는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하고, 연간 전망치인 원/달러 환율 상단 1,450원, 코스피 하단 2,250을 유지했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해소되고 나면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 내년 기업 이익 추정치의 하향의 마무리 가능성, 미국의 감세 및 규제완화 등이 증시 반등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월 국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쳐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둔화세를 보이는 점은 불안 요소지만, 국내 수출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와 중국 주택거래량의 최근 반등세는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내년 미국과 중국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예상되는 것도 증시에 희망이 될 수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내년 미국과 중국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한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정치 불안의 돌파구는 통화 확장 정책과 수출 경기 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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