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엔비디아 반(反) 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
코스피, 탄핵 정국 여파에 하락→연저점 기록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12월 둘째 주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시작했다. 중국 규제당국이 엔비디아를 반(反) 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3대 지수를 모두 끌어내렸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그룹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40.59포인트(0.54%) 하락한 4만4401.9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지난 4일 4만5000선을 처음 돌파한 이후 3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했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7.42포인트(0.61%) 내린 6052.8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23.08포인트(0.62%) 밀린 1만9736.69를 각각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인 지난 6일 수립한 사상 최고 마감 기록에서 뒷걸음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에 중국발(發)악재가 불어닥쳤다.
세계적 인공지능(AI) 기업 엔비디아. [로이터] |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엔비디아가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가 발견돼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은 자국에서 사업하는 대형 외국 기업이 국제적 인수합병을 추진할 경우 승인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으며, 2020년 엔비디아가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한 바 있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사흘 연속 밀리면서 최근 한 달 수익률을 -4.44%로 떨어뜨렸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2.55% 하락한 138.81달러였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언급돼 온 전통의 반도체 설계 기업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도 흐름이 좋지 않았다.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엔비디아와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이유를 들어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180달러에서 155달러로 낮추자 주가가 5.57% 미끄러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AI 방산주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미국 특수작전사령부(USSOCOM)와 AI 미션 관리 시스템 개발 계약을 체결한 소식을 발표해 개장 초반, 주가가 5.99%까지 뛰었다가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5.08% 하락 마감했다.
이 와중에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 주가는 장중에 247.24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했다.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1.61% 오른 246.7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올해 21번째 최고 기록이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 7(M7)’ 구성 종목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0.55%)·애플·구글 모기업 알파벳(0.49%)·테슬라(0.15%)는 오르고, 엔비디아·아마존·페이스북 모기업 메타(1.64%)는 뒷걸음친 셈이다.
CFRA 리서치 최고투자전략가 샘 스토벌은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할 때 증시는 여전히 상승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 규제 당국의 엔비디아 조사’ 같은 뉴스가 상승 행로에 크고 작은 장애물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연말까지의 흐름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뉴욕증시 수익률이 작년 성과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12월 통화정책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관련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번 주에 나올 최종 인플레이션 지표를 기다리며 ‘몸 사리기’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는 11일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는데, 시장 전문가들은 CPI가 전월 대비 0.3%,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하며 지난달 수치(0.2%·2.6%)를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표시돼있다. [연합] |
이 가운데 코스피는 심란한 국정 상황에 연일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9일 코스피는 탄핵 대치 정국 장기화에 일제히 하락, 연저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7.58포인트(2.78%) 하락한 2360.5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35.79포인트(1.47%) 내린 2392.37로 출발해 장중 2360.18까지 내려 지난해 11월 3일(2351.83)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32포인트(5.19%) 하락한 627.01에 장을 마치며 4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2246조1769억원으로 계엄선포 이튿날인 4일 이후 144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글로벌 경기와 내수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내년 미국과 중국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한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정치 불안의 돌파구는 통화 확장 정책과 수출 경기 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