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증액 필요하면 추경으로”
민생·치안·주력 산업 등 타격 전망
“용인 되면 전례로 남을 것” 지적도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사상 초유의 ‘비상경제 사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으로 인한 여파가 정국을 강타했지만, 국회는 정쟁에만 몰두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 경제는 도외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선 즉각적인 ‘컨틴전시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국가 살림을 준비할 내년도 예산안을 오늘 본회의에서 즉시 통과시키겠다”며 “증액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후 추경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내년도 ‘감액 예산안’을 무기로 대여 공세를 펼쳐 왔다.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이 확정되면 당장 내년부터 민생과 치안, 재난·재해 대응, 사회 복지 등에서 재정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안 속 예비비가 4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깎였는데, 통상 예비비는 예상치 못한 재난·재해 등 발생 시 쓰게 된다. 또 감액 예산에는 마약 수사나 보이스피싱 등 민생 침해 범죄 수사 등을 위한 수사 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 등도 포함됐다. 아울러 국고채 이자 상환을 위한 예산 5000억원 줄었다.
또 사회복지와 연구개발(R&D), 국가 주력 산업 전반 등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에 쓰일 예산은 약 506억원에서 약 8억원으로 98% 가까이 줄었고 혁신성장펀드·원전산업성장펀드 등 산업 지원을 위해 정부가 산업은행에 출자하기로 한 예산도 총 288억원 깎였다.
이밖에 ▷청년도약계좌(260억원) ▷청년 일경험 지원(46억원) ▷아이돌봄 지원(384억원) ▷의료개혁 전공의 관련(756억원) ▷정책펀드(288억원) 관련 예산도 삭감됐다.
다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감액 예산 규모 4조1000억원은 정부안 총지출의 0.6%에 불과하며, 과거 통상 국회 심사 과정에서 삭감된 수준(2019~2023년 평균 5.8조원)보다 낮다”며 “삭감된 예산 내용의 70.6%는 민생 사업 예산과는 무관한 예비비와 국고채 이자상환 비용에 집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따라서 이를 두고 민생과 지역경제를 외면하는 예산, 재해와 통상리스크 대응을 무력화하는 예산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모두 지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정치 상황이 매우 혼란스니다. 경제적 혼란도 가중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재정의 경제안정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국민의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 삭감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야당 주도로 정부 예산안 중 예비비 2조4000억원과 대통령비서실·검찰·감사원·경찰청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삭감한 약 4조1000억원 감액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후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선포함 비상계엄을 국회가 해제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되자, 민주당은 기존 ‘4.1조원 감액’에서 더 나아가 7000억원을 추가 감액하는 ‘4.8조원 감액 예산안’ 카드를 꺼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위가 중심이 돼서 추가 감액해야 될 걸 발굴했다”며 “그게 약 70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진 의장은 “최근 내란 사태까지도 반영했다”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 관련 예산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급여 ▷통일부 등 불필요한 예산 등의 추가 삭감을 당 방침으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예결특위 위원들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 탄핵 없이 예산안 협의는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선 감액 후 추경’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국은 예산으로 압박을 하는 것”이라며 “내년도 계획이라든지 각 부처에서는 예산을 사전에 예측 가능한 과업을 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는데 그것을 할 수 없게 하고 불확실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이번 문제는 기능 상실의 예산이고 사업을 무산시키는 말하자면 국민과의 약속을 무산시키는 예산”이라며 “지금 여러 가지 정치 상황에서는 새로이 예산을 추경을 편성하기도 어렵고 예산을 더욱 더 지원해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이번에 용인한다면 여야가 바뀌더라도 전례가 되지 않겠나”라며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컨틴전시 예산을 묶어 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