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내년 2분기 환율 1500원대까지 상승 전망
무디스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탄핵정국 장기화 우려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와 달리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고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2분기 환율 상단이 1450~1500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이미 내년 1%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37원·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 대비 6.1원 내린 1430.9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 시작가 기준으로는 2022년 10월 25일(1444원) 이후 최고치다. 개장 후 원·달러 환율은 1431원 선을 유지 중이다. 불안한 환율 흐름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일 탄핵 소추안 부결로 정치적 상황이 불확실해지자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식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날 코스피가 5거래일 만에 반등하면서 2400선을 회복했지만, 외국인들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무려 1조원 가량의 국내 주식을 매도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달러 환율이 내년 5월 15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8년 전 탄핵 당시 달러 당 원화 가치는 1100원대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노무라증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등 대외 환경 변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대응 여력 부족 뿐 아니라 한국의 약화된 거시경제 펀더멘털과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등을 원화 가치 하락 전망 이유로 꼽았다.
내년 성장률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과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관들은 이미 내년 한국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7일 탄핵 소추안이 부결되자 골드만삭스는 성장률 추가하향조정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냈다.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하방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2004년에는 중국 경기 호황이 2016년에는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한 반면 2025년 한국은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경제성장률은 3.2%였고,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후인 2017년엔 3.4%로 오히려 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7년간 IMF 금융위기 이후 개발도상국의 부정적인 사례로 남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성과가 계엄 사태로 무너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6일(현지시간) “윤석열은 국내총생산(GDP) 킬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포브스는 “결국 5100만 국민들이 이기적인 정치 도박의 대가를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포브스는 특히 최상목 부총리의 “국내 정세 변화에 따른 외환·금융 시장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대외 메시지에 대해서도 계엄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이런 평가가 국가신용등급에까지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현재까지 경제·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사임 또는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며 “많은 활동가들과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조업 중단 등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