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유탄’ 맞은 두산…주가급락에 사업재편 무산위기

이사회서 임시주총 개최여부 결정
두산에너빌 주가 급락, 비용상승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는 두산그룹 사업 개편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비상계엄 여파로 주가가 하락,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내건 주식매수청구권이 비용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날아온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르면 이날 임시 주총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은 금융감독원 공시 사항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는 12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분할 합병 관련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모회사가 될 신설법인으로 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은 사업재편을 통해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과 협동로봇, 인공지능(AI)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두산밥캣이 보유하고 있던 차입금이 줄어들면서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 미래 먹거리인 소형모듈원전(SMR) 투자를 계획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렸다. 두산밥캣이 보유한 탄탄한 북미, 유럽 판매망을 활용해 협동로봇 판매량 증대를 계획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락하면서 두산의 사업 재편안은 백지화될 위기를 맞았다.

두산은 사업구조 개편 일환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46.1%를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안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사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제시했다. 두산이 책정한 주식매수 예정가액은 2만890원이다.

문제는 비상계엄이라는 돌발 변수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락,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친원전 정책을 추진했는데, 비상계엄 이후 원전 정책에 타격을 미칠 것을 우려해 대표적인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 주가가 하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9일 기준 1만73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3일 종가 기준(2만1150원)과 비교했을 때 17.8% 하락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는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6000억원이 넘을 경우 분할합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사회 결정으로 임시 주총 개최가 취소될 경우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목적으로 추진했던 분할합병 건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을 6% 넘게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9일 두산 사업 재편과 관련,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해 10일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액인 2만890원을 상회하는 것을 조건으로 표결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20% 넘게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와 사실상 기권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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