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벗는다니 잘 생각했다” 초급장교들, 계엄사태 실망 조차 없었다

“안 따르면 항명, 따르면 위법…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행여 전역할까’ 일선 대대장들, 초급 장교들 마음 달래기


지난 2월 육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 [육군사관학교 제공]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육군 초급장교들의 사기가 완전히 꺾였다.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20~30대 장교들 사이에서 장교 처우 불만 등이 이어져 온 데다가 최근 비상계엄까지 겹치자 실망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장교들의 전역 우려까지 커지자 고위 지휘관들은 초급 장교들 마음 달래기까지 나섰다.

10일 헤럴드경제가 인터뷰한 육군 초급 장교들은 ‘군에 기대조차 없었다’는 일관된 반응을 보였다. 사관학교 출신 A 대위는 “비상계엄을 보고 놀라긴 했지만 군에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며 “군이 변화할 조직이라고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A 대위는 “우리끼리는 명을 안 따르면 항명이고 명을 따르면 불법인 상황이라고 말한다”며 “우리로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명령을 받으면 명령이 불법인지 알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사관학교 출신 B 대위는 “내부에서 ‘지금까지의 군’을 봐왔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며 “군에 대한 ‘현타(실망)’는 계엄 전부터 받아와서 큰 실망감이 있지도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B 대위는 초급장교들이 군에 기대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열악한 장교 처우를 꼽았다. B 대위는 “내년부터 장병 월급 200만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초급장교들 사이에서는 박탈감이 크다”며 “지금 분위기라면 나는 사관학교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 대위는 “전역한다고 하면 옛날에는 말렸다는데 요즘은 생각 잘했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육군 장교의 열악한 처우 등은 오래 지적됐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육군 소위 1호봉의 기본급은 189만원이다. 이에 15만원가량의 직급보조비와 각종 수당을 붙여도 세금을 제한 월 수령액은 200만원 초반대라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장병 처우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25년 병장 월급은 올해 대비 6.6% 인상된 205만원이다. 장병과 장교의 월급 역전 우려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장교, 부사관 등 군 간부들의 ‘탈출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년 장기 복무를 해야 하는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들 가운데 중도 이탈자의 비중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육사 출신 장교의 5년 차 중도 전역은 지난해 29명에서 올해 56명으로 1.9배 증가했다.

또 육군의 핵심 인력으로 평가받는 부사관 전역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9월까지 육군에서 전역한 부사관은 총 3170명이다. 반면 해당 기간 하사로 임관한 부사관 수는 1280명으로, 임관보다 전역이 2.5배 많은 셈이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일선 영관급 대대장들도 휘하 초급장교들이 전역하지 않을까 고심이 크다고 한다”며 “오후에 따로 티타임을 하는 등 내부에서도 초급장교를 달래기 위해 나서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다만 이번 계엄 사태로, 군에 대한 실망보다는 위법한 명령에 지혜롭게 대처했던 모습의 군을 바라보면 초급 장교들의 실망감도 누그러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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